3월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만난다. 올해는 좀 더 특별한 해다. 학교폭력예방 수업이 전면 개편되었다. 아이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첫 수업. 3월의 교실 풍경은 설렘 가득이다. 같은 반이 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은 수업태도도 좋다.
"안녕하세요, 오늘 학교폭력예방 수업을 할 정미숙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 속에 교안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교육의 게임화)을 교육에 적용했다. 함께 영상을 보며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 주인공이 되어 게임을 풀면서 자연스럽게 학교폭력을 인지한다. 답을 적으면 힘 카드, 공감 카드를 획득한다.
아이들의 몰입도가 높다. 역시 알파 세대는 다르구나. 처음 교안을 받고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달리 아이들에 반응이 뜨겁다. 아이들과 영상 속의 상황들을 이야기해 본다. 피해 학생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 밥을 천천히 먹는 친구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다만 다음 활동이 있다면 기다려줘야겠죠. 활동이 없다면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다섯 명이 함께 밥을 먹다가 모두 나가버리면 혼자 남은 친구의 기분은 어떨까요?"
아이들이 조용하다.
"여러분이 조금 기다렸다가 함께 간다면 분명 배려 받은 친구는 고마움에 여러분이 어려움을 겪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랍니다.”
알겠다고 대답하는 아이와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아이들이 보인다.
올바른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교육이다. 국가에서도 법적 의무교육으로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납득되지 않지만 옳은 행동을 했을 때 친구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매년 4월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진행하고 있다. 여러 종류 중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하는 언어폭력. 요즘은 예전과 달리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나는 장난으로 한말이 다른 친구에게는 견딜 수 없는 수치심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땀 냄새가 나서 땀 냄새가 난다고 했을 뿐이지만 그것이 계속적으로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학교폭력이 맞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 말을 듣고 함께 장난으로 받아들인다면 학교폭력이 아니지만 힘들어한다면 학교폭력이다. 우리는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며 아름답고 따뜻한 말을 할 수 있는 입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을 알리는 것이 나의 의무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어떤 긍정의 말을 건네줄까.
“얘들아, 너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들이야. 귀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상처받는 말 대신 사랑, 감사, 행복, 웃음, 기쁨의 말을 건넨단다. 옆에 있는 친구들을 한번 칭찬해 볼까요?”
“너는 참 발표를 잘해.”
“너는 축구도 잘하고 힘도 세.”
“너는 공부도 잘하고 친구 말도 잘 들어줘.”
"너는 항상 나를 응원해 주고 함께해 줘."
아이들은 긍정의 말을 하느라 교실 안이 시끌벅적하다. 활기가 넘치는 교실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에 따뜻함이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