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 수업. 전교생이 4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에 간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야 하지만 아이들이 기다리기에 올해도 간다. 큰 학교는 강사 3분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학교는 혼자 들어가 창의적 체험 활동 수업을 진행한다. 오늘의 수업은 세계시민의 다양성 교육이다.
매년 방문하는 학교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
잔디가 제법 많이 올라온 주차장에는 6대의 차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아마도 선생님들 차량일 거다. 2층으로 되어 있는 학교는 아기자기하다. 저학년 교실은 1층에 있고, 고학년 교실은 2층에 있다. 어릴 적 언니와 오빠는 분교에 다녔었다. 분교에 장점은 전교생 부모님과 학생들을 모두 안다.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학교 문턱이 높지 않고 낮다. 직접 농사지은 것들을 들고 간식으로 먹으라며 갖고 오셨었다. 지금은 어떨까. 급식을 이용하고 나라에게 지원을 받아 다양한 활동(바이올린, 음악줄넘기 등)을 한다. 선생님은 6분이 계셨다. 작년에 계셨던 선생님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빨리 전근 가셨을까. 아무튼 아이들과 나이차이가 적다 보니 때론 친구처럼, 때론 언니, 오빠 같은 모습에 미소 짓게 된다.
도서관에서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두 번에 수업이 진행된다.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자, 책을 반납하러 들렀던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1학년 아이는 새로운 선생님 방문에 반가운 모양인지 말을 건넨다.
“누구세요? 새로 오신 선생님이세요?”
“새로 온 선생님은 아이고, 조금 있다 함께 수업할 선생님이에요.”
아이는 말을 듣고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가 주위를 맴돈다. 그리고는 곁으로 다가온다.
“근데 선생님 제가 이번에 읽은 공룡 사전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이가 들고 있는 책은 <기발하고 괴상하고 웃긴 과학사전! : 공룡>이었다. 책은 내셔널지오그래픽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는 책이었다.
“이 책 반납하려고 온 거예요?”
“네.”
"그럼 두고 가면 선생님께 말씀드릴게요."
아이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열심히 공룡이야기를 한다.
"공룡 중에는 티라노사우르스가 최강인데요. 안킬로사우르스랑 둘이 싸운 적이 있어요. 안킬로 사우르스는 초식동물이고 꼬리 끝에 뼈뭉치가 있어요. 티라노사우르스는 육식동물인데 정말 강력해요."
아이의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 공룡들의 특징도 제법 깊이 알고 있었다. 내가 알아들은 내용은 두 가지뿐이었지만 말이다. 선생님에 부름이 없었다면 아이는 도서관에서 한참을 이야기하다 갔을 것이다.
종이 울린다. 저학년 아이들 수업 시간이다. 활동 자료를 나눠주고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작은 학교는 한글을 완벽하게 떼고 온 친구들이 많지 않다.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글씨도 알려주다 보면 4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아쉬움 가득이다.
아이들이 엉뚱한 질문들을 하다 보면 경로이탈을 자주 한다. 다시 수업으로 데려오는 것은 강사의 몫이다. 아이들은 화면에 차별 상황을 보고 질문한다.
“선생님, 왜 남자가 울면 안 된다는 것이 차별이에요? 아빠가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직도 이렇게 말하는 부모님이 계시다. 이것이 부모의 잘못일까.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가부장제에 녹아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설명한다.
“어른도 아이도 울고 싶을 때 울어도 괜찮아요. 남자도 여자도 울고 싶을 때 울어도 괜찮답니다. 솔직한 감정은 친구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만약 어른들이 울면 안 된다고 하면 여러분들이 알려주세요. 누구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해도 괜찮다고요.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아는 것은 멋진 일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은 더 용기 있는 일이랍니다. ”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혹시 어른들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속상해하지 말고 여러분은 올바른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차이와 차별이 익숙지 않다. 그 말이 그 말 같다. 어찌 40분 수업만으로 완벽 이해가 되겠는가. 아이든 어른이든 반복만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바꿀 수 있음을 알기에 매년 교육이 필요하다.
내년 이맘때쯤엔 아이들의 생각이 자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거다.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시키기보다 천천히 스며드는 교육을 선호한다.작은 학교에 다녀오면 순수함이라는 선물을 가득 받고 온다. 1년 뒤엔 생각도 키도 얼마나 쑥쑥 자라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