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는 할머니 댁에서 지낸 지 한 달쯤 되었다. 혼자 놀이에 지루함을 느낄 찰나, 그 아이를 보았다. 좀처럼 어린아이를 볼 수 없는 동네에 그 아이의 존재는 은지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함께 놀 친구가 생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 아이도 은지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은지를 보자, 성큼성큼 다가온다.
“안녕, 나는 최승호야. 넌?”
“나는 김은지.”
서로의 이름을 소개하자, 금방 친해졌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밭일을 나가시면 매일 승호와 함께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아카시아꽃을 따먹기도 하고, 가위바위보를 하며 잎 따기도 했다. 햇볕이 쨍하게 비치는 날에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물속을 탐험했다. 바위벽에 다슬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슬기 잡기가 시작되었다. 승호가 뛰어온다.
“은지야, 다슬기 잡고 있어. 집에 가서 바가지 들고 올게.”
은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냇가의 물이 햇빛에 반짝인다. 은지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모아 물을 가득 담는다. 은지 손안에 물 보석이 한가득이다. 오므렸던 손을 벌리자 손가락 사이로 물 보석들이 스르륵 사라진다.
“은지야”
승호가 한 손에는 바가지를 든 채, 손을 흔들고 있다. 은지도 손을 흔든다. 승호와 은지는 다슬기 탐험을 다시 시작했다 고개만 돌려도 다슬기들이 한가득이다.
“은지야 오늘 저녁메뉴는 정해졌다.”
“뭐?”
“다슬기전, 다슬기탕, 다슬기 국수 할머니께 만들어달라고 하자.”
은지와 승호는 신났다. 다슬기를 잡아 바가지에 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얼마나 잡았을까.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승호야, 은지야.”
승호와 은지는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본다.
“이제 저녁 먹으러 가자.”
“할머니 오늘 저녁은 다슬기전, 다슬기탕, 다슬기 국수해주세요. 저희가 다슬기 엄청 많이잡았어요.”
할머니가 바가지 안을 들여다본다. 제법 많은 양의 다슬기를 보며 소리 내며 웃으신다.
“그래 할미가 가서 금방 만들어줄게.”
바가지를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할머니는 뚝딱뚝딱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더니 근사한 밥상이 순식간에 차려졌다. 할아버지가 밥상을 보고 말씀하신다.
“오늘은 모두 다슬기네.”
할머니와 승호, 은지가 함께 웃는다.
“승호야 은지야 다슬기는 5월에서 6월이 제철이란다. 뭐든지 제철에 먹을 때 가장 맛있지. 다슬기는 아주 몸에 좋은 것들이 많아. 눈에도 좋고, 뼈도 튼튼하게 해 주고, 어지러움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특히 할아버지처럼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이 먹으며 술이 금방 깰 수 있어.”
승호와 은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다슬기는 몸에 다 좋아서 다슬기인가 봐요.”
승호의 말에 모두 행복하다. 은지가 환한 미소를 띠며 이야기한다.
“6월의 주인공 다슬기, 내가 너를 먹겠다.”
은지가 입을 크게 벌리고 다슬기 전을 먹는다.
사진 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