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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ul 20. 2023

잠옷파티

일명 우정파티

한참 친구랑 카톡을 주고받던 겨울이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아빠, 다음 주말 어디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모임 가려고 했는데 안 가려고. 왜?”

“요즘 회사 바빴잖아요. 이 참에 1박 2일 놀다 오세요.”

"갑자기"

저 녀석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딸바보 남편은 취소했던 일정을 다시 잡았다. 소식을 들은 겨울이는 뛸 듯이 기뻐했다. 아빠가 모임 간 사이 친구를 초대할 예정이다. 겨울이가 다가온다.

“엄마, 주말에 연이랑 잠옷파티해도 돼요? 아빠 그날 1박 2일로 모임 간대요.”

여우. 저런 여우가 없다. 어차피 엄마는 반대를 하지 않을 걸 알기에 자기들끼리 일정을 짜고 계획을 실행한 거다. 그 모습이 귀엽다.

“그래 그렇게 하자.”

“역시 엄마 최고!”

초등 고학년이 되어도 똑같다. 소리를 지르며 이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한다.


“겨울아, 연이는 뭘 좋아할까? 저녁메뉴 뭐가 좋을까? 삼겹살구이, 밀푀유나베, 감자탕, 부대찌개.”

“엄마, 우리가 정해서 알려 줄게요."

둘이서 한참 통화를 한다.

“엄마 저녁 메뉴는 삼겹살 구워주세요. 된장찌개, 계란찜은 제가 할게요.”

“그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1학년 때에는 에그스크램블, 2학년때는 소고기 구이, 컵라면, 3학년 때는 봉지라면, 4학년 때는 계란찜, 5학년 때는 된장찌개. 이제는 유튜브를 보고 요리를 한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친구에게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 머핀도 만들 거라며 재료도 부탁한다. 갑자기 바빠졌다.


잠옷 파티 시작.


3시에 연이가 도착했다. 저녁 메뉴는 삼겹살 구이. 자이글에 벌집 삼겹살, 양송이버섯, 감자, 양파, 김치, 콩나물을 함께 올려 굽는다. 압력솥에 밥을 한다. 아이들은 된장찌개, 계란찜을 만드느라 주방이 분주하다. 인덕션 3개가 동시에 돌아간다. 혼자 있던 아이의 웃음소리가 두 배로 들린다. 집안이 활기차다. 모든 음식이 완성되고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다. 성장기 아이들이라 그런지 굽자마자 빠른 속도로 고기가 사라진다. 잘 먹는 녀석들을 보니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연이는 입학 후 제일 처음 친해진 친구다. 6년째 이어오는 우정답게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사이다.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방으로 들어간다.

“필요한 것 있으며 얘기해 줘. 엄마는 방에 있을게.”

"네."

아이들이 동시에 대답을 한다. 이후 게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주고받으며 깔깔깔 웃는 소리가 이어졌다.


똑똑똑.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엄마, 우리 간식 사러 가요?”

“간식 과자랑 음료 사다 놓았는데.”

“그거 말고.”

아이들의 간식이 따로 있나 보다. 아이들과 함께 야식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 앞에서 두 녀석이 걷는다. 가로등이 비친 두 녀석의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조그맣던 녀석들이 어느새 나만큼 성장한 걸 보니 뭉클하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녀석들 너무 예쁘다.’


컵라면, 음료, 젤리를 사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몇 해 전만 해도 잠옷파티에서 베개싸움을 하던 녀석들인데 이제는 훌쩍 성장해 수다가 반이다. 두 녀석을 위해 거실에 대형 에어매트를 깔아 주었다. 둘은 신나 어쩔 줄 몰라하며 달려와 대자로 눕는다. 그렇게 두 녀석의 밤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My best friend
is the one who brings out the best in me.
- Henny Ford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나의 가장 좋은 면을 끌어내는 사람이다.
- 헨리포드


메인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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