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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사랑

믿음은 아이를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by 정미숙

아이가 생긴다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임신 소식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것도 매일 책 읽어주기었다.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학교에서 글쓰기로 상도 받고, 친구들 사이에 책벌레로 불린다.


아이와 서점에 갈 때마다 두 권씩 사주었던 책들이 책장 가득 채워졌다. 아이는 책을 꽂을 곳이 없다며 자신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웠던 책장이 또 채워지자, 아이는 집안 곳곳에 책을 쌓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결심하고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겨울아, 책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엄마, 조만간 제가 정리할게요. 저만 믿으세요.”

"오호, 자신감 넘치는 모습 좋아."

아이의 말에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말을 한지 벌써 6개월째지만 책장 정리는 아직이다. 대신 정리를 해 줄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자기만의 공간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정리하길 바랐다. 어느 날 아이가 책장 앞에 서서 뭔가를 생각한다.

“엄마, 내일 책장 정리해야겠어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오랜 기다림에 선물을 받는 순간이다.

“엄마가 뭘 도와줄까.”

“엄마,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저 도서부에서 인정한 최고의 일꾼이에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멋지다.”

아이가 훗 소리를 내며 머리를 뒤로 넘긴다.


※ 아이의 책장 정리 노하우
1. 모든 책을 책장에서 뺀다.
2. 책장을 닦고 책을 놓을 칸을 정한다.
3. 책에 먼지를 닦는다.
4. 최애 책부터 눈높이에 맞게 꽂는다.


책 정리는 3시간이 넘어서 끝났다. 힘들 텐데도 투정 없이 묵묵히 하는 아이의 모습에 사진을 찍어본다. 아이의 꿈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읽는 것이다. 직업은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매일 책을 읽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정확히 알고 있다. 소설, 고전, 신화를 좋아한다. 소설 중에서도 판타지를 좋아한다. 고전은 출판사를 바꿔가며 반복 독서를 한다. 신화는 그리스 로마신화, 북유럽신화, 이집트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등을 읽는다. 어릴 적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엄마는 이제 아이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다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선생이 되기도 하고, 학생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관점에서 읽던 아이가 이제는 저자의 관점으로 읽기 시작했다. 한 뼘 더 성장한 아이를 보며 엄마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책에 있다.
- 링컨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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