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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Sep 28. 2023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딸이 보내온 편지

갖고 싶다고 모든 것을 쉽게 사주고 싶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왜 갖고 싶은지 엄마 아빠를 설득하게 했다. 아이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 설명한다. 그렇게 아이의 말하기 능력을 키웠다. 아이가 자라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는 글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는 아이로 자랐다. 이번에는 만화책을 사고 싶다고 한다. 엄마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이는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잠시 후, 알림이 울린다.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확인을 해 보니 딸이 보낸 편지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애의 아이> 광팬 최겨울입니다.
엄마에게 <최애의 아이> 책을 사고 싶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책에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그중 제가 모르거나 읽어보지 않은 부류의 책이라면 관심이 급증합니다.

<최애의 아이> 만화책은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화책으로 읽어보지 않은 부류의 책입니다.

저는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과 느낌, 부족한 점들을 확실하게 표현합니다. 저는 커서 책평론가, 편집자, 사서 등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사서가 되어 만화책을 도서관에 넣으려고 하는데 만화책을 읽지 않아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엄마는 생각할 겁니다. 그건 나중에 일어날 일이고 그전에 만화책을 읽어보겠지라고 말입니다.

엄마,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지금이 만화책 <최애의 아이>를 읽을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저의 미래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엄마, 위인들은 말했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선택의 연속이다.
엄마는 또 한 번 운명의 기로의 서게 된 것입니다.

빨간 머리 앤이 말했습니다.

"퀸스를 졸업할 때 제 미래는 곧은길 같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퉁이에 와 있어요."
이 말처럼 언젠가 모퉁이에 갔을 때 엄마의 지금 선택에 따라 그 앞에 좋은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나쁜 것이 있게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니 엄마 부탁드립니다.
엄마의 지금 선택으로 그 모퉁이 너머에 좋은 것이 있게 만들어주세요.


편지를 읽어 내려갈수록 딸의 진심이 느껴져 설득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딸을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따뜻해진다.

잘 자라고 있구나.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성장한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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