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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ul 31. 2023

매년 같은 곳으로 휴가 갑니다

반갑다 바다야


휴가 날짜가 나왔다. 매년 휴가지는 정해져 있다. 80대, 50대, 40대, 10대가 만족할 만한 휴가 계획을 짜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어른들을 위한 여행은 10대 아이가 지루하다. 10대를 위한 여행은 80대 어른들이 힘들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날짜마다 주인공을 정한 후, 그들이 원하는 여행을 한다.


첫 번째는 10대 아이가 주인공이다.

“제가 원하는 여행은 바다에서 수영하는 거예요.”

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바다에서 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체력유지다. 다양한 먹거리 찐 옥수수, 수박, 참외, 음료, 얼음물, 컵라면, 과자 등을 챙긴다. 어른들은 파라솔을 치고 돗자리를 폈다. 아이는 바다를 보자마다 행복한 미소를 띠며 신발을  벗고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35도의 날씨지만 물속은 생각 외로 차갑다. 아이가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며 나온다.


“엄마, 물이 너무 차요.”

폭염주의로 물속도 미지근할 거라는 생각을 했던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수경과 모자를 쓰고 다시 입수한다. 뭔가 잊었는지 다시 나온다. 아이는 간단하게 체조를 한 후 입수한다. 3월부터 수영을 다시 시작한 아이는 발차기가 강력해졌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젠 제법 자세가 나온다. 아이가 물속에서 손짓한다. 모두 함께 바다로 달려간다. 차가운 물이 몸에 닿자,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들린다. 바닷물은 차갑지만 더위를 이겨내기엔 최고다.


어른들은 스노클링을 하며 조개 잡이를 한다. 아이는 주특기인 발로 조개 잡이를 선보인다. 잡을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든다.

“엄마, 또 잡았어요.”

아이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폭풍 칭찬을 한다.

“대단하다. 조개 잡이 선수 가운데 최고야.”

아이는 기분이 좋은지 더욱 열심이다.


이번에는 잠수해서 물속을 들여다본다. 아이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대박!”

“뭐가 그렇게 대박이니?”

“엄마 물속을 보세요.”

이럴 수가. 물고기 천국이다. 강릉 금진해변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조개도 많고, 물고기들도 많다. 남편이 다가와 말을 한다.

“수영하는데 자꾸만 누가 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봤더니 물고기들이 발 주변에 모여 있는 거 있죠. 닥터피시인 줄 알았어요.”

물고기들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냥 공존할 뿐이다. 수경을 쓰고 물속으로 들어가본다. 물고기들과 함께 수영을 한다. 나란히 함께 물살을 가르자, 친구가 생긴 것 같다. 아이도 물고기들과 함께 수영하는 재미에 물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한참을 놀다 보니 출출하다. 옥수수를 먹고, 컵라면을 먹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부었다. 삼촌이 조카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라면을 선보인다. 일명 뽀글이라면. 비화식으로 라면을 끓인다. 스테인리스용기에 약간의 물을 넣고 발열제를 넣는다. 그 안에 물과 라면, 수프를 넣은 작은 스테인리스용기를 넣는다. 잠시 후 스팀이 나온다. 처음 보는 광경에 아이가 물개 박수를 치며 신기해 한다. 10분쯤 지나자, 삼촌이 면 상태를 확인한다. 한입 맛을 보며 “됐다.” 외친다. 삼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러 개의 젓가락들이 다가온다. 제일 먼저 먹은 남편이 말한다.



“형님, 봉지 뽀글이보다 확실히 더 잘 익어서 맛있지말입니다.”

남편과 달리 이 맛을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삼촌 생라면을 물에 타 먹는 맛이에요. 컵라면을 넣어서 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맞다. 컵라면을 이렇게 해 먹으면 확실히 맛있을 것 같다. 끓인 물을 보온병에 가지고 오지만 물이 식으면서 조금 더 익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아이도 아는 것이다.


아이가 모래성 무너뜨리기를 하자고 한다. 깃발 대용으로 나무젓가락을 꽂았다. 나무젓가락을 넘어뜨린 사람이 바닷속으로 풍덩한다. 게임을  할때마다 아이가 계속 걸린다. 아이는 일부러 들어가고 싶어 모래를 더 많이 가져간다. 여러번 모래성 무너뜨리기를 하던 아이가 모래 위에 이름을 쓰고 하트를 그린다. 나도 따라 글자를 쓴다. 갑자기 삼촌이 소리를 지른다.



아아아 아아아

뭘까 빠르게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물고기가 파도에 밀려 백사장 위에 팔딱팔딱 높이 뛰기를 하고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살같이 달려간다. 모두가 물고기를 향해 달려가는 사이 엄마는 이 순간을 담기 위해 폰으로 달려간다. 동영상과 사진으로 지금을 담아본다.

지금 우리가 느낀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며 힘든 순간 자신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줄 것을 알기에.



사진 출처. jungmisook



#바다 #여기는강릉 #물놀이 #휴가 #추억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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