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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Sep 12. 2023

행복한 사람들

찾아가는 공연장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로데오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공연이 있을 예정인 듯 마이크 테스트와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본다. 화성시문화재단 찾아가는 공연장이 우리 동네에 왔다. 오늘 공연은 국악퓨전음악, 재즈, 마술이다. 8시가 되자, 퓨전한복을 곱게 입은 여성 보컬이 나온다.

“안녕하세요, <난감하네>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락입니다.”

광고에서 자주 들었던 음악이 나온다. 빠른 템포로 자신의 노래를 선보인 후, 홀로아리랑, 연인, 밀양아리랑을 부른다. 국악은 한이 느껴져서 좋다. 아는 노래가 나오자 절로 어깨가 들썩들썩하고 무릎이 구부러지고 좌우로 음악을 탄다. 30분 동안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놀았다.


이번에는 재즈다. 남성보컬의 감미로운 재즈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진다. 다리가 아파 시멘트바닥에 앉아서 구경을 하는데 눈에 들어오는 두 사람이 있다. 초콜릿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아이들이다. 5살쯤 되어 보이는데 노래를 들으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얼마나 집중하면서 먹었는지 입 주변에 초코가 한가득 묻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었지만 초상권이 있으니 함부로 보여줄 수 없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통통한 얼굴은 더욱 귀엽다.


이번에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은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여성분이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온 복장의 여성분은 건너편에 지인을 발견했다. 음악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자,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무대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견우와 직녀의 모습이다. 한참 눈동자를 돌리며 그녀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건너가서 만나면 될 텐데 신기하게  바디랭귀지로 계속 대화를 이어간다.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하다. 그렇게 얼마나 이야기를 했을까. 이제는 그쪽으로 갈 테니 기다리라고 엄지손가락으로 이야기하며 뛰어간다. 세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즐거워한다. 


세 번째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사람은 어떤 가족이다. 아이가 음악에 맞춰 댄스를 추자, 행복해하며 엄마는 동영상을 찍고, 아빠는 옆에서 응원을 한다. 아이의 존재만으로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기에 함께 엄마 미소를 지어본다. 부모는 세상의 행복을 다 가져온 듯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또 웃는다.


네 번째는 늙은 강아지를 안고 온 할머니다. 한참을 강아지와 구경을 하더니 몸이 불편해 보이는 강아지를 안고 간다. 할머니가 짠하기보다는 서로의 사랑이 느껴진다. 진실한 마음은 강아지에게 닿는 듯 강아지는 편안해 보인다. 할머니와 강아지에 닮은 모습에 따뜻해지는 순간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자신들의 추억을 쌓아가는 사람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에 행복하다.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세 남자의 마술 시간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풍선을 불고, 댄스를 추고, 접시를 돌린다.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지 알기에 박수를 열심히 쳤다. 그들은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우리는 그들에게 애썼다며 박수를 보낸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아이도 어른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편안해 보인다.


모든 공연이 끝났다. 찾아가는 공연장을 통해 경기외곽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잠시나마 문화생활을 즐긴다. 정성을 다해 답변을 남겨본다.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도 화성시 구석구석을 다니며 행복을 전해 주세요. 공연을 준비해 주신 관계자와 공연자분들 덕분에 오늘 많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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