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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Sep 21. 2023

제발 가줄래?

사라져 마귀야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쉼 없이 수업을 마쳤다. 아이들과 환경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서인지 목이 칼칼하다. 차에 앉아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며 목을 진정시켰다. 아이 간식으로 뭐가 좋을까 생각하던 중 청춘당이 보인다. 오늘 간식은 꽈배기로 정했다. 꽈배기를 사서 한참을 달려오는데 전면 유리에 초록색깔에 뭔가가 보인다. 자세히 보고 싶은데 오늘따라 신호를 잘 받는다. 3개의 신호등을 지나서야 그 녀석의 정체를 발견했다.


사. 마. 귀.


정말 오랜만에 녀석을 본다. 녀석은 내가 속도를 내면 낮은 포복으로 자세를 낮춘다. 신호등에 걸리면 상체를 들어서 고개를 쭈욱 펼친 후 좌우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핀다. 그 녀석을 어떻게 떨어뜨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와이퍼도 움직여보지만 닿지 않는다. 녀석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절대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러다 집에까지 녀석과 함께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차를 세우고 싶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세울 곳이 없다. 전화벨이 울린다. 오빠다.

"오빠, 전화 잘했어? 어떡해?"

"무슨 일이야 또 엘리베이터에 갇힌 거야?"

"아니. 사마귀가 차에 있어."

"우선 차를 세우고 장갑 끼고 꺼내."

"아니 차 밖에 있는데 녀석이 아주 오만해."

"오만하다고?"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내가 속도를 내면 낮은 포복 자세를 취하고, 멈추면 보란 듯이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나를 쳐다봐."

오빠 어이없어하는 한숨 소리가 들린다.


가족 단톡방에 사마귀 사진을 보냈다. 오빠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집에 가서 빗자루로 쓸어내."

이 녀석이 우리말을 들은 걸까.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추자, 앞발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앞으로 빠른 속도로 전진한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사라졌다. 운전석에서는 더 이상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때마침 신호가 바뀌었다. 쏜살같이 속도를 높였다. 혹여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파트 정육점 앞에 차를 세우고 녀석을 찾아보았지만 없다.


녀석은 어디로 간 걸까.


poto by @misookjung22


메인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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