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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Oct 03. 2015

퇴사후 #1 여행, 나를 찾기 위해 떠났다

2달째 이어지는 Be myself Travel , 그리고 대화

8월 2일, 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어. 회사를 관두고 시작한 여행이었지. 여름 휴가지로 정해져 있었던 푸켓에서 부터 출발이었어. 하지만 사직과 함께 휴가는 기약 없는 여행이 됐지. 럭셔리한 푸켓 여행부터 시작해 치앙마이, 싱가폴까지 갔어. 그리고 시드니로 향했지. 그래 지금밖에 없어 하는 기분으로 말이야. 8월 26일 시드니에 도착해  40일 가까이 이곳에 머물렀어.


이곳은 내게 특별했어. 발 딛자마자 심장이 마구 뛰었거든. 도대체 뭐가 있는 곳이기에 이러나 싶었어. 그렇게 시작한 내 여정은 지금까지 왔지. 나는 지금 11명과 한집에 살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어. 그리고 여기에 더 머물자고 구매대행을 시작하고 사업자 등록도 했지. 한달여 만에 모두 이뤄진 일이야.


할 이야기는 많아.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흥분 되는 일은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야.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흥미롭고 이들과의 대화는 항상 양파껍질 벗기듯 새로워. 이들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세계는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지. 무엇보다 사람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이유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알려 주는 단서가 돼.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두서없이 정리해봤어.

스페인의 나*(35세)


-나는 나이에 비해 이뤄놓은 게 없어. 이곳에서 서빙 일을 하니까. 하지만 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여기에 있는 거고.


-스페인의 노동강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야. 그런데 대우는 별로야. 특히 바나 식당에서 일하면 오버페이를 주지 않아. 어물쩡 넘어가지. 호주에서는 일한 만큼 시급을 쳐줘. 그래서 마음에 들어.(우리나라와 비슷하네-_-)


-내 동생은 레즈비언인데 이곳에 함께 머무르고 있어. 스페인에서 동성연애는 꿈도 못꿔. 하지만 호주에선 가능하지.(나도 지난 주에 지하철 역에서 키스하는 두 남자를 보았어.)


-하지만 11명이 함께 사는 건 끔찍해. 난 너희들을 좋아해. 하지만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프라이버시가 필요해.(나도 이곳에서 작은 냉장고를 11명과 쉐어해 쓰려니 죽을 것 같아. ㅠㅠ)


일본의 유*짱은 이렇게 말했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게 목표야. 난 워킹할러데이 비자로 이곳에 있어. 총 3개 잡을 뛰고 있지. 투어가이드, 마사지 테라피스트, 그리고 일본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고 있어. (필리핀이나 태국 사람만 마사지 테라피스트하는 줄 알았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호주 사람도 있고 일본인도 있어. 이 일을 하기 위해 2개월 정도 무급으로 트레이닝을 받았어. 지금은 단골도 생기고 꽤 괜찮아.(멋지다.)


-투어가이드 일은 즐거워.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기도 해. 가끔 손님들 픽업이나 샌딩을 위해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야만 하지. 가끔 비싼 택시도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해.[그녀는 오전 4시에 일어나 공항에 가기도 한다.]


-호주 남자들은 대부분 원나잇을 즐겨. 여기 여자들도 마찬가지야. 사실 이 나라는 할 게 많지 않아. 술집 대부분 문을 빨리 닫기도 하지. 여기 사람들이 성생활을 즐기는 이유기도 해.


-호주 남자들은 아시아 여성들을 쉽게 여기는 것 같아.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남자가 접근해 한번 만났어. 그런데 바를 가더니 2차를 가려고 하더라. 물론 거절했지.(나도 한번은 이집트 남자가 와인 사준다고 하더라. 그냥 거절했어.)


-내 남자친구는 파키스탄 사람이야. (헉, 파키스탄 남자에 대한 악평이 장난이 아니던데, 여자들 막 대하기로)파키스탄 사람들이 여자들을 감옥에 가두듯이 한다고? 내 남자친구는 아니야. 무슬림도 아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거주했어. 그래서 마인드 자체가 완전히 달라. 나를 존중해줘. 무엇보다 그에게서 배울 게 많아. 영어도 그렇고, 삶에 대한 자세도 그렇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존중이야.


인도네시아+한국(엄마) 혼혈 강*

-호주에서 3년 정도 학업과 일 병행하고 있어.(그렇구나.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잖아)


-인도네시아? 성장하는 국가 맞지. 동남아시아 국가 중 최고 인구를 자랑하기도 하고. 하지만 문제가 뭔지 않아? 썩은 정부야. 인도네시아는 돈만 있으면 다 되는 나라야. 인도네시아의 이런 부패한 정부는 언제나 불만스러워.(헬조선이라고 아니?)


-이전에 한국에 휴가차 방문했어. 일주일 정도였나? 정말 좋았어. 이유가 뭐냐고? 호주와 달리 대부분 술집이 24시간 오픈하더라고. (사람들이 매일 같이 야근을 하니 가능한 일인듯)  그래? 그런 이유가 있어? 나는 좋게만 봤는데~!! 나랑 친구 3명 모두 합쳐 소주 27병 마셨어! 대단하지? 친구 하나가 한국인이었는데 마셔라~ 마셔라~ 이런 노래를 불러서 어쩔 수 없었어.ㅋ 그래서 계속 마셨어. 결국 난 티셔츠를 모두 벗어던졌지. 당시는 한겨울이었지만 전혀 춥지 않았어 -_-ㅋ (너 변태로 오인 받았을 듯-_- 짜식)

 

필리핀의 조*

-(나도 필리핀 세부에서 1년 반 정도 살아봤는데, 필리핀 남자들 별로였어. 일단 책임감이 별로 없어 보여서. 싱글맘들이 유독 많드라고.) 필리핀 남자들이 책임감이 없다고? 그렇지 않아. 나를 봐. 나는 호주에서 4년째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어. 우리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지. 매일 6시에 집에서 나가. 하지만 4년 동안 단 한번도 고국에 간적이 없어. 왜냐고? 비행기 티켓이 너무 비싸서야. 물론 외로울 때도 있어. 하지만 우리 가족들을 서포트하려면 어쩔 수 없어. 어떻게 이들을 먹여 살릴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 속이 복잡해. 예전에 1년 정도 카타르 현장에서 일한 적 있어. 물론 여러가지 면에서 호주가 훨씬 좋은 것 같아.(네가 갑자기 멋져보여)


   

베트남의 히*

-나는 이곳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 총 6학기를 다녀야 하는데 한학기 등록금은 1000불 정도야. 부모님이 서포트해주기도 하는데 대부분 내 스스로 학비를 마련했어. 한학기 정도 휴학하고 빡세게 일해 학비를 마련했지. 어카운팅을 전공하고 있는데 글로벌 금융 회사에 취직하는 게 목표야.


-나는 다른 사람이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아. 나는 나고 그들은 그들이니까.  


독일의 이름 모를 할머니.

-나는 독일에서 연금을 받고 있어. 그 돈으로 호주를 여행하고 있지. 매년 이곳에 한달 정도 머물러. 호주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갈곳이 정말 많지. (그녀는 지도를 보여주며 호주부터 뉴질랜드까지 수 많은 여행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결혼 왜 안했냐고? 나는 누군가 나에대해 참견하는 걸 참을 수 없어. 아이를 키울 자신도 없고. 내가 결혼했다면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까? 외롭냐고? 전혀 외롭지 않아. 많은 친구들이 있으니까. 난 내 인생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 행복해.  (와우~! 제가 듣고 싶던 이야기에요.)


인도의 히*

-나는 이곳에서 19세때 왔어. 청소일부터 시작해 영주권을 획득하기 위해 요리사가 됐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어. 하는 수 없이 IT쪽 일을 배우게 됐고, 결국 컴퓨터 수리샵을 차리게 됐어.


-내가 행복하냐고? 나는 행복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 내 목표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거야. 지금까지 내 여정을 위해 열심히 뛰어왔어. 하지만 고민이 많아. 여러가지가 나를 붙잡고 있거든.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인도에 돌아가야 할 지 고민이야. 호주의 한 섬에서 인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삼촌이 내가 그 레스토랑을 운영하길 바라고 있기도 해. 한주에 3000불을 벌 수 있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야.  


(너 너무 많은 옵션이 있는 거 같아. 그래서 생각도 많은 것 같고. 한국에선 나도 그랬어. 그런데 여기선 별다른 옵션이 없네. 그러니까 심플해지네. 물론 나라고 옵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호주에서 여행을 좀 더 하다가 한국에 돌아가 어떻게든 다시 정착하는 것. 호주에서 어떻게든 학비를 내가며 살아남아 보는 것. 호주에서 정착하려면 학생비자를 획득해 일을 시작해야겠지.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드는 게 문제야. 아니면 시민권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


분명한 건 나는 여기에서 집도 절도 없다. 가진 것이라곤 작은 캐리어 하나 뿐이야. 무소유가 되니 나다워질 수 있는 것 같아. 굳이 Be myself를 외칠 필요가 없지. 그냥 나 하나만 바라보고 선택하고 버티고 살아가야해. 내가 이곳에서 하나씩 무언가를 획득하고 소유할수록, 내 고민은 커지고, 내 삶의 방향은 일방향으로 흐르게 될거야. 지금 내가 이 경계에 있는 것 같아. 친구들아, 모두 만나서 반갑다. 너희들과 내가 얼마나 더 오래 관계를 유지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너희들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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