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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Oct 13. 2015

퇴사후 #2 헬조선 탈출~왜??

왜 나는 대한민국이 싫어졌나

최근 젊은이들이 더 이상 미래가 없는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나섰다는 글을 읽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기 때문인지 이 기사에 눈이 갔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기사에 공감한듯 해당 기사는 오랜 시간 상위에 랭크돼 있었다.


왜 이런 기사가 메인에 걸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이런 기사에 공분하거나 혹은 열광하는 걸까.


분명한 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게 아닌 이상 대한민국의 땅에서 사는 건 버거운 일이다. 나 역시 그랬다. 대한민국의 땅에서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고 회사를 과감하게 때려 치고 이 땅 호주 시드니까지 오게 됐으니까.  태국에서 시작한 퇴직여행이 어느새 이곳에서 서바이벌로 변질되고 있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내 나이 34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 없다. 한달 최소 600불 정도를 내고, 학생비자를 취득해야만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짧은 시간 사업자등록도 하고 이곳에서 구매대행을 시작했다. 한달여만에 이뤄진 일이다.

이유가 뭐냐고


프리덤이 좋아서


무엇보다 이곳의 공기가 좋았다. 호주는 다른 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자신이 노력만 하면 그만한 보상이 주어지는 곳. 그래서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곳이다.  많은 이들과의 대화, 그리고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호주의 장점을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곳에 더 있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에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반대로 그만큼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더 간절히 있고 싶어진 이유다.


사실 이곳에서 내 삶의 질은 뚝 떨어졌다. 이유는 모두 돈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왜 사서 고생하나


3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한방에 살고 있는데 침대가 일렬로 나열돼 있는 탓에 몸을 가누기조차 어렵다. 물건을 놓을 곳도 마땅치 않다. 게다가 한집에 총 11명이 사는데 냉장고는 하나다. 이 작은 냉장고에 음식이 차고 넘치는 탓에 최근에 작동이 멈추기까지 했다. [계약을 할 때, 총 5명이 머무르는 집인줄 알았고, 11명이 냉장고를 함께 쓰는지 몰랐다.] 다른 집 주인이 ‘우리집은 시티의 닭장같은 곳이 아니에요.’라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제 알 것 같다.] 돈을 아끼자고 싸구려 밀가루 음식으로 허기를 떼우는 일은 다반사다. 구매대행업을 시작했지만 초기 단계라 아주 적은 용돈 수준이다. 그럼에도 내 심장은 ‘한국에 돌아가기가 싫다’고 울부짖는다. 한국에 돌아갈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 진짜 이유가 뭘까.


 포기를 조장하는 사회


다시 앞서 말한 기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떠나 해외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떠난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한국이란 국가는 ‘헬조선’이라느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헬조선=대한민국’으로 동일시되는 분위기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된 걸까.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젊은 노동자들은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아무리 높은 스펙을 갖춰도 노예 수준의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그나마 노예가 되고 싶어도 못되는 젊은 청년들이 넘쳐난다고 하니 문제는 더 심각하다.]


상처받는 대한민국 젊은피.

주변 친구들과 만나면 이야기의 팔할은 회사 욕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야근은 기본이요, 상사의 갈굼은 덤이다. 물론 대기업에 근무하는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스트레스 받는 만큼 보상이 주어져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이도 저도 아닌 소기업에 다니면 말이 달라진다. 제대로 갖춰진 것 없는 시스템 속에서 상사의 명령에 따라 일을 해야 해서다. 작은 기업에서 상사의 말은 법이요, 그것이 곧 시스템이 된다. 문제는 상사가 명확한 시스템을 머릿속에 갖추고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시스템의 부재와 난잡한 명령체계는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


사실 작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그런데 구인 공고에 단골처럼 뜨는 ‘가족같은 분위기’라는 말. 정말 무서운 말이다. 진짜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경험한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는 이렇다. 가족 구성원 수준으로 적은 직원들끼리 옥신각신 치고받고 그 안에서 상사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정치를 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코딱지만한 회사에서 정치하는 인간들이 제일 한심하다.]


가족 같은 분위기?

게다가 이런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들은 적은 노동력을 최대한 이용해 수익을 만들어 낸다. 직원들을 마른 걸레 쥐어 짜 수익을 내는데 그만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에 다니는 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쉽게 빠지곤 한다.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주변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해지곤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의 월급은 배로 많고, 이들이 받는 복지혜택은 화려하다. 분명 대학때까지만 해도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었는데 말이다.


뿐만 아니다. 고등학교나 전문대학만 나오고도 운 좋게 대기업에 들어가는 이들이 종종 있다. 이들은 대졸자보다는 적은 연봉과 복지혜택을 받지만 그럼에도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들의 것보다는 낫다. 이들이 회사 다니면서 돈 벌 때 값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과정을 마치고 이도 모자라 영어연수, 교환학생 과정을 힘들게 마쳤단 사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시스템은 묘하다. ‘중소기업’이 첫 직장이 되는 순간 영원히 중소기업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다들 대기업에 가겠다며 안간힘을 쓰곤 한다.[이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다시 내 얘기를 해보자. 8년여 기간 회사생활을 하며 상실감에 종종 빠졌다. 4년 등록금 꼬박 내고 대학교를 졸업했고, 중소기업에서 근무했다. 업무 특성은 각각 달랐지만 내가 다닌 회사들의 공통점은 중소기업, 소기업이라는 거였다. [남들처럼 빡세게 준비해서 대기업에 들어가자고 하는 시도를 하지 않은 건 분명 내 죄다. 대한민국에선 어떻게든 대기업에 들어가 게 맞다.


여우들이 살아남는 곳

중소기업의 결정적인 단점은 따로 있다. ‘사람’이다. 몇 안되는 작은 조직원들이, 먹고 살겠다고 발버둥 치며 그 안에서 ‘정치’를 하려 든다. 상사는 부하들의 정신 세포 하나하나까지 지배하려 들고, 부하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어떻게 잘보일까 골몰하며 여우의 탈을 쓰곤 한다. 이런 조직에서 ‘곰’들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다시 현재로 돌아가 보자. 지금 내가 있는 시드니에서의 삶은 만만치 않다.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론 그만큼 시급도 높다.] 34년 평생 내본적 없는 룸렌트 비부터 시작해, 살인적인 외식비용과 차비. 그냥 여행만 하면 되지, 내가 여기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자만  누군가에게 몸과 정신을 지배당했던 과거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물론 이곳이 정답은 아니지만.



이곳 호주에는 전 세계 이민자들이 몰려든다. 많은 이들은 말한다. “이곳에선 열심히만 하면 기회가 주어져.” 물론 비자 장사 등 이면의 어두운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곳 호주는 여전히 기회의 땅, 자유의 땅이다. 대한민국과는 분명 다른 공기다.


다른 공기.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젊은 사람들에게 좀 더 공평한 기회를 줄 순 없을까. 고용인과 피고용인, 상사와 부하간의 관계를 갑을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바꿀 수 없을까. 고용인은 피고용인의 정신을 지배할 지 골몰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조직을 만들 순 없을까. 한국 정부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왜 이 땅을 떠나려 하는 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주제 넘지만 한마디 해본다. 나 같은 젊은이들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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