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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Aug 17. 2017

퇴사후 #19 주문진 여행, 그리고 깨달음

모든 것은 내 안에 있다


몸은 편하다. 공부만 하면 되니까. 그럼에도 마음은 세상 복잡하다. 왠지 모를 불안함으로 가득하다. 다음날 깨고 나면 악몽을 꾼 듯하다. 침대 바닥은 찬데 심장은 뜨겁다. 이런 내게 누군가 말한다. “가장 한국스러운 곳으로 여행 떠나보세요.”

그게 어디인가요?
“본인이 알겠죠.”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 곳이 있을까? 전주 한옥마을? 천년 역사를 간직한 경주?


너무 뻔한 곳들뿐이다. 틀에 사로잡혀 생각하지 말자. 내가 생각하는 가장 한국적인 곳. 강원도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한국적인 바다는 동해안에 있다. 이국적이지도 중국스럽지도(누런 바다는 아니니까) 않다. 무엇보다 이 나라의 식음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카페의 성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 강원도다!”


그렇게 떠난 여행. 커피의 성지로 잘 알려진 강릉에서 스타트를 끊고 주문진에서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이중 백미는 마지막 날 일정이었다. 미친 듯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주문진 등대’가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기대치가 낮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멋지다 못해 황홀한 곳이었다. 소박한 주문진 마을과 함께 새파란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강원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해변이 많다. 따지고 보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물줄기고 바다인데 이름은 제각각이다. 지구 밖에서 보면 나를 비롯한 인간의 존재는 점 하나 크기의 존재에 불과하다. 이런 점 하나에 ‘이름’이란 게 주어지고 인생이라는 장편의 드라마가 던져진다. 물론 주인공에 따라 그 스토리는 다르지만.

주문진 해변은 수많은 강원도 해변 중에서 곳은 아니다. 주문진 항구로 오히려 더 유명한 것 같다. 사람으로 따지면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은은한 매력이 치명적이다. 오래 보다 보면 정드는 친구, 함께 있으면 힐링 되는 친구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등대 쪽에서 주문진 해변을 바라보니 겹겹이 쌓인 번뇌가 싹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주문진 등대에서 내려오면 시인과 바다라는 작은 카페가 있다. 새 건물의 높다란 테라스의 트렌디한 요즘 커피숍은 아니다. 요즘 생기는 카페들과 비교하면 소박한 듯 초라하다. 그런데 가게 안으로 막상 들어가니 1초 만에 생각이 달라진다. 비오는 날 창밖으로 펼쳐지는 이곳 바다 풍경은 거침이 없다. 파도는 뿔난 듯 미친 듯 매섭게 몰아친다. 그리고 요동치는 심장이 더할 나위 없이 잔잔해진다.




나와 동행해준 숙소 호스트에게 물었다.
“이 카페 굉장히 차분하지 않아요?”
“본인 마음이 그런 것 아니에요? 지금 이곳  시끄러운데요?”




맞다. 손님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르신부터 가족 단위 고객까지 남녀노소 막론하고 옹기종기 모여 나름의 추억을 쌓고 있었다. 조용한 곳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이유 모를 평온함을 느꼈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구나. 스스로의 평온, 스스로의 중심이 가장 중요한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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