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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Aug 06. 2017

퇴사후 #18 인생의 온도차

겨울을 잘 보내는 것

#가끔 가는 커피숍. 커피숍 사장과 눈에 익은 남자가 이야기 중이다. 사장님 말투도 그렇고 아들인가 싶다. 다시 한번 남자를 흘깃 쳐다봤다. 유진박씨다. 3살부터 바이올린을 잡은 그는 이 나라에서 천재 ‘전기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다. 그리고 몇년 후 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화면 속 그는 소속사로부터 착복과 착취를 당하며 유흥업소 등으로 전전하며 바이올린을 켰다. 부산의 한 곱창집에서 남루한 행세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식 공연에도 섰던 그였다.



최근에는 인간극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TV 속 그는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매니저와 함께 의기투합하며 ‘재기’를 준비했다. 그는 아래층에서 하이톤의 목소리로 이야기 중이다. 꽤 즐거워 보인다.

#5년여 전쯤이었던가.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서 본적도 없는 백두산 호랑이의 기백 같은 게 느껴졌다. 안타깝지만 최근 인생을 마감한 강훈씨였다. 스타벅스 론칭 멤버, 할리스커피 창업, 김선권 대표와 ‘카페베네’를 일군 커피업계의 신화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강훈’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기사 봤어? 강훈씨가 자살했데.” 아는 선배가 톡을 보내온다.

“전도유망한 젊은 사업가로 봤는데.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까. 그러니 오늘 잘 나간다고 어깨 힘 줄 것도 없고 지금 어렵다고 움츠러들 필요도 없어. 항상 겸손하고 조심하면서 살면되.”


머리가 ‘띵’하다.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듯하다. 줄곧 화려한 히스토리를 써내려가던 그였다. 평생 잘 나갈 것만 같았다. 강훈씨는 잘할 거라 생각했다. 쥬시의 미투 브랜드지만 쥬시의 장점과 하와이안 코나 커피빈을 사용한 커피, 망고 메뉴 등 그만의 장점을 더한 쥬스식스를 론칭할 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인생은 알 수 없다. 누구에게나 황금기, 침체기가 있다. 남들보다 황금기가 빨리 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남들보다 침체기가 긴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황금기, 침체기의 높낮이 수준도 다르다.

인생은 사계절의 날씨와도 같다. 모든 인생에는 4계절이 존재한다. 물론 그 구성은 다르다. 10개월의 여름, 2개월이 겨울일 수도 6개월이 봄, 6개월이 가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누구나 그렇듯 내 인생이 매번 지금 같은 겨울이지도 항상 따뜻한 봄이지도 않을 거란 거다. 한가지 믿음은 있다. 봄을 그리워하는 겨울의 결핍은 다가올 봄을 보다 소중히 여기게 할 거라는 거다. 오늘의 혹독한 겨울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번 겨울은 보다 덜 혹독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인생은 쉽지 않고 먹고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내게 셋팅된 그 겨울을 잘 버티면 다가올 나의 봄은 더 달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일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인생의 온도차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도 맞다. 중요한  건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하루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것. 무엇보다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는 거다.


“주변에 소위 잘사는 인생들도 다 복잡성이 있어요. 자기합리화일수 있지만 인생 별 거 있나싶어요. 별 거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그냥 하루하루의 감사함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의 원대한 꿈이나, 특별한 자아는 죽는 대신 여행자의 마음으로 말이에요. 미래가 잘 될 거라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아요. 안될 수도 있어요. 저도 그렇고. 그래도 그 때 살아갈 수 있는 마음훈련도 무척 중요해요. 그 마음챙김도 한번 같이 생각해봐요.”



내 브런치를 읽고 연락해준 분이 이렇게 말했다. 난 오늘도 자격증 공부와 함께 마음 공부를 한다. 최근 느끼는 건데 카카오톡의 개성 넘치는 이모티콘을 이용한 소소한 챗은 스트레스는 날리면서 순간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되게 별거 아닌데 이런 것들이 현재의 나에 대한 관심의 반영이고 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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