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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Oct 25. 2018

[퇴사여행⑫]눈물날 것 같이 행복

그렇게 나는 이곳을 사랑하게 되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근처에 가장 유명한 백패커하우스인 YHA 하버 지점에 묵게 됐다. 오페라하우스 맞은편 더락스 지역에 있는 YHA 지점이다. 이 숙소를 선택한 이유는 루프탑에 있었다. 꼭대기층에 가면 따로 TV를 볼 수 있는 공간은 물론 광합성할 수 있는 선베드가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선 더락스와 오페라하우스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사실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곳에 내가 묵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일분일초가 눈물 날 것처럼 소중하다. 


이곳에서 난 호주에서 간호사 준비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S언니를 만났다. 묘하게 이수근을 닮은 이 언니는 갑 오브 갑 친화력을 뽐냈다. 백패커하우스에 묵은 다른 게스트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는 1초 만에 모든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아우라를 지녔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를 했다. 


한국은 헬조선이며 다시 돌아가지 않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호주가 이렇게 좋은 곳인지 몰랐다며 극찬을 늘어 놨다. S언니는 내 말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호주의 매력적인 곳이지만 ‘여행으로 오면 좋은 곳’이라고 했다.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이곳에서 ‘여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행파트너와의 운명적인 만남의 순간이었다. 


밤에는 숙소 옥상에서 함께 맥주를 마셨다. 숙소 바로 아래 바에서 사온 맥주였는데 맛이 참 좋았다. 사실 오페라하우스 야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라면 '카스' 맥주도 황홀할 것 같다. 무엇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곳에서 누군가와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 


다음날 아침밥을 먹기 위해 공용키친에서 S 언니를 만났다. 김C를 연상케 하는 패션에 부시시한 모습의 그녀다. 그녀의 가방 속에서 각종 조미료와 오뚜기 참기름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장기 체류 경력자의 신공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공용 키친의 주방기구를 활용해 한국식 김치볶음밥을 전문가 수준으로 뚝딱 만들어냈다. 


여기에 계란후라이를 올리고 그녀는 통참깨로 요리를 마무리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김치볶음밥과 함께 먹을  조미김을 꺼냈다. 그런 그녀는 양반다리 하고 세상 편한 포즈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곳에 온 전세계 그 어떤 여행객과 비교해도 가장 스스럼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눈치보는 건 싫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내게 그녀는 자체가 신세계다. 함께 먹자는 그녀에게 나는 호주에 왔으면 스테이크를 먹어야 한다며 콜스(Coles)라는 마트에서 사온 쇠고기를 기어코 구워 먹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언니의 참기름과 후추가 내 손에 쥐어질 지는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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