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도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학생이라면 공부하기 싫을 때가 반드시 있다. 공부에 지치고, 머리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때, 그 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다가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자.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집중력은 사라진다. 이럴 때가 쉬어야 할 타이밍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부터 꺼낸다. 스터디카페 안에서 게임하기는 좀 껄끄럽지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릴스는 다르다. 잠깐만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어가 보지만 멍하니 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리고, 불안과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런데 그때 스마트폰이 아니라 책을 꺼내 읽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책을 보면 죄책감이 훨씬 덜하다. 일관성 있게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뇌도 불필요한 전환으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뇌는 계속 활동을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2002년 6월을 떠올려본다. 대한민국이 온통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던 그때, 나는 삼수생이었다. 딱 그 한 달 동안 고시원에 있었다. 아침에 고시원에 와서 공부하고, 밤에 집에 가서 잠을 자는 일상이었다. 방 안에는 책상 두 개와 의자 두 개, 낡디 낡은 침대 하나만 있었다. 당연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디지털 기기는 없었다. 쉴 때 침대에 누워서 잠들어 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책을 읽으려고 챙겨갔다. 이문열의 '삼국지'였다. 문제집 풀다 삼국지 읽고 문제집 풀다 삼국지 읽고를 반복했다. 한 달 내내 우리나라 대표팀 축구를 보는 시간 외에는 문제집과 삼국지만 보았다. 사정상 고시원은 한 달 만에 나와야 했지만, 결국 나는 삼수에 성공하여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다.
물론 20여 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 노트북도 다 없애고 낡은 고시원 같은 환경을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아날로그 친화적인 환경을 세팅하자. 1학년 1반의 조회 시간처럼 스마트폰은 안 보이는 곳으로 집어넣어 놓고 대신 책을 꺼내자. 진로 관련 책도 좋고, 가벼운 청소년 소설도 좋다. 차라리 만화책도 괜찮다.
공부하기 싫을 때,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쉬는 시간'이 아니라, 뇌를 재충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된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는 이러한 선택이 디지털 도파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니 가방 속에 책을 넣어 놓자. 쉴 때는 스마트폰 대신 책을 꺼내보자. 그 작은 선택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