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두드리는 영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가 또 있었을까.
나의 우상, 김민종.
그가 20년 만에 영화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무대인사를 찾아 예매했다.
이번에는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앞에서 네 번째 줄에 앉았는데, 활기차고 소탈한 멘트와는 다르게 완전 배우 포스 아우라가 전해져서 적잖게 놀랐다.
잘생김은 나이가 들어도 이런 모습이구나 싶었다.
주인공의 젊은 시절 역할을 맡은 배우도 잘생겨서 인상적이었다.
무대인사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는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많이 생각났고, 집에 있는 아내와 딸과 친구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가 살았던 시간 속의 여기저기로 날아갔다가 다시 극장 속으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냥 웃고 싶어서, 대리만족을 위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던 것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영화가 다 끝나고도 가슴이 먹먹해서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사실 화장실이 꽤나 급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스크린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자리에 있다가 화장실에 갔고, 불거진 눈시울에 부은 눈을 확인하고 나왔다. 영화에서도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분명 나는 행복함을 느꼈다. 20년 넘게 잘 살다 보니 다시 좋은 영화를 들고 나오는 나의 우상이 있고,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으니까.
가능하면 한두 번 더 이 영화를 보고 싶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한 디테일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아서이다. 여러 번 보면서 ’아, 이게 이런 뜻이었구나’하고 깨닫는 지적 허영심(?)을 좀 부려보고 싶다.
** 집에 가려고 걸어가는데 영화에 출연한 젊은 배우분들이 밖에 계셨다. 용기 내서 사진 요청드렸는데 흔쾌히 찍어주셨다. 엔조 역을 맡은 해리벤자민 배우님과 젊은 석인 역을 맡은 유정하 배우님. 해리님이랑 찍을 때처럼 유정하 님이랑 찍을 때도 멀리서 찍었어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셀카로 찍다가 아차 싶었다. 부은 오징어 같은 내 얼굴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서 가리고 올린다. 일부러 얼굴 앞으로 열심히 내밀어 주고 찍어주신 배우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