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위로와 명료한 기준을 선물하는 책
낙천적인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바로 돈이다. 무언가를 살 때나 어딘가에 갈 때마다 맨 먼저 드는 생각은 '돈 얼마나 들지?', '비싼데 어떡하지?'와 같은 부류의 생각들이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떨까, 도움을 받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박여울 작가님의 신작 <돈 걱정 없는 육아>.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고 내용이 궁금했다. 그래서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다. 작가 소개란을 보며 적잖게 놀랐다. 아이가 셋이라니. 둘 키우는 입장에서 셋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리스펙하게 된다. '고수'임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세를 고쳐앉았다.
목차를 펼쳤다. 깔끔하다.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불러 일으킨다. 책 페이지가 쉽게 쉽게 넘어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첫 장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아이는 부모가 직접 키워야 한다'는 신념. 그 신념을 실천하고 있는 작가 - 신념의 대상이 무려 셋이다. 나도 같은 신념으로 아내와 함께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힘들고 끝이 안 보이는 일인 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작가와 이 책에 더 강한 신뢰감이 생겼다. 나는 하나 덜 키우면서도 이렇게 허덕이는데. 저자는 분명 더 큰 어려움을 안고서도 치열한 고민과 연구 끝에 그에 대한 답을 찾았을 것이고, 이렇게 책으로 내놓았을 것이다.
작가의 육아 가치관은 밝고 또렷하다. '돈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며 자기 삶에 책임을 지고, 타인에게 따뜻함을 전할 줄 아는 사람'. 아이가 이런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나 역시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길 바란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면 다른 것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들이 된다. 덜 중요한 것들은 덜어낼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작가는 의, 식, 주와 교육을 나누어 원칙을 정하고, 전략을 세우며 지출을 실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했다. 모든 가정 경제 사정이 같을 수 없기에 작가의 패턴을 읽는 이들이 다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배울 것이 많았다. 사실 나는 아내를 위해서 돼지고기짜글이를 만들려고 애호박을 샀다. 평소에 두 배 정도 되는 가격에 왜 이리 비싸지 하면서도 그냥 샀다. 이 책의 46쪽까지만 미리 읽었어도 다른 재료로 대체했을 텐데, 아쉬웠다. 다음 날 나는 카레가 먹고 싶다는 둘째의 말에 카레를 준비하다가 카레용 고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육점으로 가려다가 문득 마음을 고쳐먹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대체할 재료를 찾다가 구석에 있는 닭가슴살이 눈에 들어왔고, 그걸 이용해 카레를 만들었다. 그럴싸한 닭가슴살 카레라이스가 완성되었다. 둘째가 맛있게 먹기까지 했으면 금상첨화였겠으나 아이는 왜 카레에 닭가슴살 넣었냐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나는 무얼 해 줘도 어차피 잘 안 먹는 둘째의 한 끼를 직접 만들어서 해결해 주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아빠가 고기 새로 안 사고 있는 재료 써서 돈을 절약했다는 사실도 자랑스럽게 들려줄 예정이다.
이 책에는 구석구석 육아 상황 속에서, 일반 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팁들이 가득하다. '살까 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사지 않는다'라는 교훈을 얻은 것도 큰 소득이었다. 이번 연휴에 처가에 가면 분명히 나는 참새방앗간처럼 아울렛에 갈 것이다. 바로 그때 살까 말까 고민되는 게 있다면, 안 사면 된다.
학령기 아이가 둘인 우리 집안 소비에서 가장 큰 부분은 역시 교육비이다. 애들 학원비만 한 달에 얼마가 나가는가. 어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 여기며 불편함과 찝찝함을 마음 한 편 어딘가에 묻어둔 채로 사는 중이었다. 하지만 작가가 알려주는 대로 방과후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일정이 허락하는 한 아이가 원하는 대로 들을 수 있도록 해 주려고 한다. 우리집 첫째도 여태까지는 사교육으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중학교에 가면 클래스를 옮겨야 해서 고민 중이었는데 바로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축구반에 참여시키면 되겠다는 해결 방안을 얻었다.
나는 이 책을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은 200페이지가 넘는, 결코 얇지는 않은 책이다. 하지만 목차를 펼칠 때의 예감처럼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내용이 쉽고 머리에 잘 들어온다. 작가의 비범한 능력을 과시해서 읽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다만 작가의 예시를 통해 우리집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그려보도록 돕는다. 나는 머릿속에 깊숙이 박힌 것은 바로 적용해 볼 예정이고, 시간을 두고 적용해 보고 싶은 것들은 찬찬히 빌드업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안방 책장 잘 보이는 곳에 책을 꽂아두고, 다시 돈 걱정이 올라오려고 할 때마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을 생각이다.
작가의 메시지처럼 나는 '돈 걱정 없는 육아'를 통해 위로와 기준을 얻었다. 그것은 결코 작지 않은, 큰 위로와 명료한 기준이 되어 주었다. 지금 육아를 하며 돈을 걱정하는 모든 분들, 위로와 기준이 필요한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 한 가지 TMI를 풀어보자면 나는 이 책의 작가이신 박여울 선생님을 올해 1월 책쓰샘 총회 때 뵈었다. 발표하러 나오셨는데 소탈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모두를 사로잡았다. 나도 앉은자리에서 빵빵 터졌다.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렇게 웃길 수 있을까, 나도 이런 능력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웃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작가님의 전작 또한 궁금해졌다. 제목이 '기본 가치 육아'라고 한다. 이것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