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찾은 투박하고 따뜻한 결
강릉은 늘 가던 바다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나는 그냥 ‘여행객’이 되기 싫었다.
사진 찍고, 유명 맛집 줄 서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강릉 사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고작 이틀이지만 말이다.
강릉에서, 잠시 살아보듯 머물고 싶었다.
첫 끼로 들어간 피자집.
송고 피자.
향이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
36시간이 지나, 에어프라이어에 다시 돌려 먹어도 그 향이 살아있었다.
이게 진짜 풍미지 싶었다.
(물론 여긴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현지인들도 데이트하러 외식하러 왔으니 인정해주자.)
좀 더 늦은 밤에는 작은 와인 다이닝바.
포항 출신, 서울 거쳐 강릉으로 내려온 부부가 하는 가게였다.
서울 절반, 강남 3분의 1 가격.
근데 맛은 그대로, 아니 더 좋았다.
사장님 부부도 참 인상적이었다.
왜 강릉으로 왔냐고 물으니, 대답은 간단했다.
“서울은 각박하니까. 그리고 여기가 고향이랑 닮았어요.”
이 말이 계속 맴돌았다.
서울의 빠름보다 닮은 곳에서 살겠다는 선택.
같은 경상도 지역에서 자란 나한테도 확 와 닿았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결.
강릉도, 그 부부도, 그게 낯설지가 않았다.
밤바다에 나가서 돗자리 펴고 누웠다.
별도 보고, 물에도 들어가고.
허벅지까지 담그고 장난치다가, 그냥 웃었다.
낮의 찌는 더위는 사라지고, 늦여름 밤은 시원했다.
그냥 좋았다. 그냥, 좋더라.
둘째 날은 경포호를 뛰었다.
아니다, 사실은 걷다가 조금만 뛰었다.
햇빛이 너무 강했으니까.
근데 그 순간도 좋았다.
돌아보면 이번 강릉은 ‘경치’ 얘기가 아니었다.
‘결’ 얘기였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자가 아니라,
그냥 살아보는 사람으로 잠시라도 머물고 싶었던 이틀.
투박하면서 따뜻한, 시골스럽지만 정취 있는.
그게 이번 여행에서 내가 닮고 싶다고 느낀 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