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로 시작되는 나의 창작에 대하여
나한테 글쓰기는 ‘배설’이다.
‘배출’도 아니고, ‘배설’.
비슷한 듯 전혀 다르다.
다른 창작도 마찬가지다.
시각 작업도, 기획도, 촬영도, 디자인도—
내가 만드는 모든 것들이 다 그렇다.
말하자면 나는 늘, 무언가를 ‘쏟아싸내는 사람’이다.
내 안엔 자꾸만 쌓인다.
감정, 생각, 이미지, 문장들.
다시 말하고 싶었던 말들, 끝내 내지 못한 소리들.
한 켠에 몰아두다 보면, 그건 결국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꾸깃꾸깃, 울퉁불퉁, 눌러붙은 채로.
그리고 어느 날.
그건 갑자기 터진다.
설사처럼.
폭죽처럼.
폭탄처럼.
쏟아터지고 나면, 뭐가 중심이고 뭐가 잔해인지도 모른다.
이게 감정이었는지 생각이었는지, 혹은 그냥 피로였는지.
남는 건 뒤섞인 잔재들뿐이다.
불에 탄 것, 미처 익지 못한 것, 이미 식어버린 것.
그 모든 걸 한꺼번에 꺼내놓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나는 말할 수 있게 된다.
“이게 내 예술이야.”
조금은 폭력적이고, 조금은 혼란스럽고,
조금은 후련한 나만의 창작 방식.
누군가는 ‘기획된 창작’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나는 ‘무너진 후의 조각’에서 더 많은 진실을 본다.
정리된 감정보다, 산산이 부서진 감정에 마음이 간다.
그러니, 내게 창작은 배설이다.
살기 위해 하는 일이다.
견디기 위해 하는 일이다.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건 없다.
그저 안 하면, 나의 표면이 터지니까.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살아간다.
터뜨리고, 쏟아내고, 그 안에서 뭔가를 주워 담는다.
아름다움이 있다면, 아마 그건
폭발 뒤의 잔해 속 살아 남은 사근사근한 숨소리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