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intergate umeda , 카가와 우동
태국 여행 후 며칠 만에 다시 찾게 된 김해 국제공항.
쉬는 날은 딱 1 달인데 가고 싶은 곳은 많아서 욕심내는 바람에 쉬기는커녕 더 바쁜 여행 일정이 되어버렸다.
물론 너무나 가고 싶었던 일본 여행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란 사람… 욕심이 너무 많아 ㅎㅎㅎ)
친구가 새로 장만한 빈티지 캠코더로 소소한 영상을 찍으며 다녔다.
화질이 안 좋을수록 가치가 높다는 신기한 물건.
‘뉴트로가 유행이라더니 정말이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얼마 전 출시된 뉴 진스의 <ditto>의 뮤직비디오도 딱 빈티지 캠코더 느낌이라 역시나 친구의 안목에 감탄하게 되었다.
간사이 공항까지는 약 70분 정도 비행을 했다.
제주항공을 탔는데, 진에어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기도?
좌석이 조금 더 넓은 느낌이었다. 그래봐야 작은 비행기들이지만.
오랜만에 방문한 간사이 공항은 여전했다.
저 벽돌색 공항 내부는 아늑하기도 하면서 촌스럽기도 한 할머니 집 같은 느낌.
간사이 스루패스를 한국에서 구매했고, 공항에서 분명 실물 카드로 바꾸려 했는데
저녁 비행이어서 이미 닫았다. 결국 우메다에서 길을 잃을 각오를 하며 수령처를 찾아야만 했다.
간사이 지역에서 구매할 수 있는 교통카드(이지만 꽤 결제도 되는) ‘이코카 카드’를 구입+충전한 후 지하철에 올랐다. 급행열차를 탔지만 이미 피곤한 상태여서 우메다까지 가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우리의 첫 2박 숙소는 intergate hotel umeda였다.
신상 호텔이고 위치도 괜찮지만 캐리어를 끌고 그 복잡한 우메다에서 길을 찾아가며 가는 건 꽤나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숙소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후기가 얼마 없어서 고민한 것이 무색할 정도.
저 안쪽은 조식 겸 야식(오차즈케)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로비는 이렇게 넓고 깔끔했으며 체크인하는 직원분들도 많았다.
오랜만에 일본에 오니 이런 발전도 생겼다.
여권으로 스스로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카드도 잘 안되고 뭐든 수기로 고집했던 일본은 코로나를 겪으며 꽤나 발전했다.
우리나라보다 더 할 만큼 접촉을 피하는 시스템이 완성되어 가는 중이었다.
어메니티도 품질이 좋고 종류도 다양했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는 시스템이라 만족스러웠다.
헤어밴드도 있었는데 얼마나 쓰기 좋던지!
세수할 때 잔머리 하나도 안 생겨서 친구랑 감탄하며 사용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으니 드디어 살만했다.
여행을 할 때는 역시 짐이 가벼운 게 최고인 것 같으면서도, 또 바리바리 싸게 된단 말이지.
지난 태국 여행에선 너무 짐을 안 가져가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적당히 쓰던 건 가져갔다.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짐 싸기였다.)
나는 자주 그랬다.
채우고 비우고 반복하지만 대체로 채우는 것에 열중하는 시간이 많았다.
마음속엔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것들을 다 지우고 싶은데 충동적인 욕구를 어찌하지 못하고 합리화하면서 뭔가를 또 채운다.
남아있는 것이 처리되지 못한 채 채우는 인생은 난잡해질 뿐인데
또 반성하게 된다.
늦은 저녁을 위해 친구와 찾은 우메다의 밤거리.
20대 때는 항상 난바 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었는데,
몇 년이나 지났다고 이젠 그렇게 젊은이들의 거리 같은 곳에서 자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겼는지.
우리가 조금 더 어른이 되긴 한 걸까, 잠시 생각이 들었다.
평일 저녁이었던 우메다의 거리엔 퇴근하는 직장인들과 그들을 반겨주는 작은 술집이 넘쳐났다.
일본에 자주 왔었지만 이 시간에 이 거리에 온 적은 처음이라 굉장히 낯설었다.
일본 드라마에서나 간혹 보던 화려한 원피스 입은 접대부들이 손님을 배웅하는 장면이라던가, 나이 든 할아버지와 화려한 화장을 한 어린 여성의 데이트라던가.
관광객과 맛 집들이 넘쳐나던 난바의 밤거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이게 진짜 일본의 모습과 가깝지 않을까.
우리의 목적지는 작은 우동가게였다.
우메다의 한 골목에 위치한 ‘카가와 우동’
오후 6시부터 운영하는 저녁/야식 전문 우동가게.
실내는 굉장히 작았지만 4명의 요리사가 동선 하나 겹치지 않게 완벽하게 본인의 포지션을 지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내가 일하는 환경과 비슷해서 새삼 대단해 보였다.
(정말 일을 잘하시는구나 ㅎㅎㅎ)
우리는 각자 카레우동과 고기우동를 시켰다.
메뉴판은 전부 일본어로 적혀 있어서 그냥 말로 주문하는 게 편했다.
‘스이마셍, 카레우동 히토츠 또 니쿠우동 히토츠 쿠다사이.’
여행자 다운 가벼운 말투로 메뉴판은 보지도 않고 주문!
옆 테이블에서 먹는 어묵도 한번 시켜보았다. 그게 또 겨자와 찍어 먹으니 참 별미였다.
각 한 그릇은 완벽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우메다 밤거리는 누가 봐도 겨울을 반기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은행잎이 지지 않아서 오히려 더 아름다웠던 거리.
은행잎이고 알알이 박힌 조명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뭉클했다.
돌아오는 길엔 무조건 편의점 털이.
매일 저녁 푸딩과 감자칩을 먹어서 부은 채로 일어났던 건 비밀!
오랜만에 혈당 생각 안 하고 먹은 간식타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