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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Oct 28. 2017

사랑하는 웬수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만큼만 잘해주면 참 좋을 텐데. 당신들 마음이 그렇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우리 엄마, 아버지는 옥신각신하며 많이도 싸우신다. 연세가 드시면서 예전과 같이 혈기가 왕성하지 못해 싸움의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반복되는 패턴으로 서로가 볼멘소리를 하는 건 여전하시다.


두 분 모두 음식이나 청소를 하는 그 행위 자체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연세가 드시면서 기력이 사라지는 아버지를 보며 어머니는 속상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고, 손목이 아파 청소기를 드는 것조차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아버지 또한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직접 행동을 표현하기 전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서로를 측은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언제나 한 가지 감정만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옛 감정은 엄마,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다른 말과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자연스럽게 양가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측은하기도 했다가 웬수같아 죽이고 싶을 때도 있다. 다양한 감정을 한꺼번에 동시에 느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가지 감정이 뒤죽박죽 엉켜있을 때가 많이 있다. 그런 경우, 우리는 관계 내에서 갈등을 경험하거나 혹은 충동적으로 헤어짐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금 느끼는 감정과 표현되는 감정, 그리고 드러나는 행동이 일치가 될 때는 불편감이 없지만, 어느 하나라도 불일치가 일어날 때는 불편감을 느끼게 되고 그로 인한 짜증은 온전히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거나 혹은 관계의 피곤함으로 느끼게 되기 때문에 그러하다.
  
나는 집단상담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있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도록 한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감정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복잡한 상태에서는 단순함이 답이기 때문에 더욱더 단순화시키려고 한다.  다양한 감정이 동시에 느껴질 때 조금 더 크게 자리 잡은 감정을 인식할 수 있어야 마음과 행동이 일치할 수 있는 행동이 나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연애를 할 때 애인에게 서운한 마음에 이별을 통보한 뒤, 곧바로 다시 '사랑하는 건 너뿐이야'라며 울며 불며 매달리게 되는 상황은 동시에 느껴지는 감정들 중 어떤 것이 더 큰지 인식하지 못할 경우에 벌어지는 일이다.
  
내 감정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때마다 나의 욕구(표현하고 싶은지 or 아닌지)대로 표현하는 것을 연습한다면, 시시각각 감정이 변하거나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될 경우에도 나의 이 많은 감정들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파악할 수 있고 그 마음을 따라갈 수 있게 되어 관계를 해치는 충동적인 행동을 덜 하게 될 것이다. 즉, 감정과 행동의 불일치로 인한 불편감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평온한 감정 상태와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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