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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Dec 03. 2017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이렇게 힘든 데 네가 웃어?”
“네가 이렇게 즐길 때야?”
“너는 양심도 없니?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거야?”

우리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통이나 어려움은 대부분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나에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내가 상처받고 아프다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나가다가 누군가 나에게 갑자기 돌을 던져서 내가 고통스럽다면 이는 전적으로 상대방의 잘못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선택한 행동이라면 어떨까?
예를 들어, 조별 과제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나와 또 한 명이 팀원이 있을 때, 나는 당연히 동등하게 분량을 나눠서 준비할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의 팀원이 자신이 좀 더 분량을 맡겠다고 한다. 나는 굳이 그럴 필요 없으니 동일하게 나누자고 했지만, 오히려 팀원은 나에게 강하게 어필을 한다. 자신이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말이다. 강력히 주장하는 팀원의 의견을 더 이상 막을 이유가 없어서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렇게 발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나는 맡은 부분이 별로 없기에 빨리 끝내 놓고 내 다른 할 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서 놀기도 한다. 이에 상대 팀원이 나에게 화를 낸다면, 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너는 내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준비하는 대도 아무렇지 않아? 상관없어?"
"친구랑 노니까 좋냐?"

자신이 원해서 분량을 많이 가져가서 그 양을 다 소화하느라 힘든데 내가 자신에게 고마워하거나 인정을 해주는 표현을 일절 안 하니 열이 받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욕구조차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화내는 내용 이면에는 결국 그런 밑마음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대방이 필요로 하지도 않은 배려나 양보, 혹은 자의적으로 책임을 떠맡으면서 온갖 생색을 내고 싶어 하고, 존재감을 발휘하며, 상대방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런 유형에 속한다.
  
나는 전혀 바라지 않았던 배려이고 중요하지도 않은 배려이다. 상대방의 배려적인 행동이 있건 말건 나에게 별 영향을 안 미치기 때문에 나는 상대방의 날뛰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에 처해있는 경우,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관계에 위계가 있다면 내가 원치 않는 배려를 해서 나를 통제하려고 하는 사람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의 경우 부모의 자기 멋대로의 희생으로 인해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다가 망가지는 경우를 여럿 봤다.
  
이는 대등한 성인이 되어서도 같은 패턴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혹시 남을 통제하며 원하는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상대방이 원치도 않는 배려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일러줄 필요가 있다.
  
“나는 너의 그런 배려를 전혀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이다.
  
이건 나를 위한 배려가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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