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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Jul 19. 2016

외로움 그게 뭐예요?

진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

직장 내에서, 혹은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때 내가 가장 흥분하는 시간이 있다. 나의 슈퍼바이저 선생님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와 '집단 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이다. 내가 오래전부터 집단 상담에 참여 해왔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나 상담을 전공한 사람들이 내게 집단상담에 대해 많이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목소리가 커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단 상담에 대해 예찬한다.


그 이유는 내가 집단 상담에서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진정한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



20대 중반의 이야기이다.

그 날 처음으로 내가 참 외롭구나, 내 주변에 진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꼈던 날이 있다.


토요일 오후, 속상한 일이 있어서 친한 친구에게 만나자고 연락했고 약속 시간이 다 되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친구가 일이 늦게 끝날 것 같다고 볼 수 없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결국 약속이 취소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울음이 터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을 들어 '누구한테 연락을 해서 만날까', '이렇게 지친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를 보고 있는데, 아무에게도 연락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봤기 때문이다.


나는 그전까지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고 약속도 많았다. 내가 외롭다는 것을 느낀 적도 별로 없었고 친구가 없다는 것을 느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만큼, 갑자기 연락해서 나오라고 요구할 만큼 친밀하고 편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피상적인 관계들뿐이었던 것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진실된 관계가 뭔지도 몰랐었다.



진정한 관계

그 후에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즈음, 평소 알고 지내는 선생님이 '만남과 소통http://blog.naver.com/na0914ji/220971544660'이라는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단상담에 대한 소개글을 읽는데 내가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남과 소통 집단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소개글 부분 중에 '관계가 어려운 사람'이라는 항목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집단에 참여를 했다. 그런데 집단의 규칙 중 하나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솔직성? 그게 뭐야? 처음에는 잘 몰랐었다. 


내가 다른 집단원과 갈등 상황에 있었을 때,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내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에게는 짜증이든 뭐든 다 내 성질대로 부려댔지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꽤나 불편하고 부대끼는 일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죽을 맛이었고, 내가 왜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하고, 그런 말들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되지도 않고 따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상담의 리더가 내게 한마디를 했다. 

그렇게 까지 해서 사랑받고 싶어요?



나는 상대에게 불편한 감정이 있어도 에둘러 좋게 표현하였고, 상대방의 좋은 점만 언급하려고 했고, 집단상담이 끝나고 나서도 갈등을 겪었던 상대와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등 내 감정 상태와는 별개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어서 사회적 가면을 써왔던 것이다. 쉽게 말해 나보다 남이 더 중요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이 참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비참한 일, 내가 비굴하게 느껴졌던 일을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나에게 기분 나쁜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는데, 갈등이 두렵고 미움받는 게 두려운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실실 웃고 있었고 그 모습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었다. 미친 듯이 쪽팔렸다.


이후에 참 열심히, 진심으로 집단에 참여하고 솔직하게 피드백하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해주는 피드백을 무조건 처내려고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 예전 습관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불쑥 튀어나와 지속적으로 나 스스로를 자각시켜야 했고, 다른 집단원들이 내게 해주는 피드백을 들으며 내 예전 습관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한 방법으로 소통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솔직하고 진솔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제대로 대화할 수 있었고 그것이 더 편안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집단 리더나 집단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처음 집단상담에 참여할 때는 내 감정이 어떤지 혹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하는 행동이 관계에 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전혀 몰랐었다. 그러나 다른 집단원들이 내가 자신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말해주니까 나에 대해서 알게 되고, 내가 지금 그 자리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으며, 내가 갈등을 겪거나 내 감정에 솔직해 지기 위해 힘들게 노력을 할 때는 진심으로 격려해줘서 포기하지 않도록 그리고 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정말 더 중요한 일은 집단원들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내게 느껴지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솔직하게 얘기해주는데 그 솔직성이 오히려 더 편안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새로운 경험도 해봤다. 또한 비록 상대에게는 아프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내가 마음을 담아 그 사람을 위해 표현했을 때, 그 사람이 내 말을 수용하고 좀 더 솔직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이 점차 관계의 참맛을 알게 되면, ‘마음이 통하는 것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꽉 차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집단을 하면서 점차적으로 사회적 가면을 벗었다. 이전에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잘 웃거나 남의 시선이나 생각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내 감정에 더 충실하고 나와 상대에게 균형 있게 관심을 보이며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그러하려고 현재도 매 순간 노력 중이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일부러 좋게 보이려고 했었던 때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고, 주변에 진실된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생겼으며, 외롭지 않게 되었다. 


이는 관계에만 도움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으니 여러 가지 면에서 건강한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흔히 보이는 부적응적인 행동들, 꾸물거림이나 신체화 같은 증상도 없고, 그렇다고 과도하게 어느 하나에만 몰두하지도 않고,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균형 잡히게 되었다.


물론,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나는 나를 만나는 내담자나 주변 친구들,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집단 상담을 ‘강’하게 권유하는 경향이 생겼다. 왜냐하면 정말 좋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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