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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Dec 23. 2017

특별한 빵

“오빠 뭐 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마지막 학기를 끝내면서 기말 과제도 제출하고 종합시험까지 보고 나왔다. 추운 날씨에 코끝이 찡하고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해서 신체 에너지는 바닥을 쳤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는 시원함과 상쾌함이 있었고, 신이 나서 점점 흥이 올라왔다.
     
동시에 집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났다. 요 근래 얼굴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얘기도 나누지 못한 우리 식구들. 간간이 전화통화를 하며 잘 지내고 있는지 상태 확인 정도만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보고 싶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달달한 것이 먹고 싶다는 오빠의 말에 학교 앞에 있는 빵집으로 달려갔고 쇼핑백에 빵을 잔뜩 담아서 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옛 생각이 들어 아까와는 다른 코끝 찡함이 느껴졌다.
     
내가 어렸을 때도 엄마 아버지가 일 끝나고 들어오시는 길에 간식거리를 많이 사왔었는데. 그때마다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비닐봉지 소리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때의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가족을 위해 맛있는 간식을 사는 경험을 하게 되니 그때의 부모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엄마, 아버지도 그날 되게 피곤하고 힘들었었던 날이었나 보다.’

몸이 힘들고 피곤하니까 내가 하는 행동으로 인해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걸로 모든 시름과 고생을 한꺼번에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모님도 그런 생각으로 간식을 샀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그 간식들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빵이라고 다 같은 빵이 아니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빵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빵을 누가 주는지에 따라서도, 즉 선물을 주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서도 그 물건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그 빵을 사는 동안 우리 가족들을 생각하며 그들이 어떤 맛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건강 상태는 어떠한지 생각하며 메뉴를 고르기도 했고, 가족들이 이 빵을 보고 얼마나 좋아할지를 상상하면서 기분 좋게 구매도 했기 때문에 그 빵은 기타 다른 빵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 빵에는 빵 맛과 지불된 돈뿐만 아니라 내 마음까지도 온전히 담겨있는 ‘특별한 빵’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그 자체에 대한 중요도는 우리가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에 달려있는 것 같다.  이는 비단 물건에 대한 가치만이 아닌 듯하다. 상대방에게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지고, 내게 소중한 정도도 달라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소중한 관계는 없다. 우리가 얼마나 애를 쓰고, 마음을 쓰는지에 따라 그 중요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당신은 오늘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해원 박지선

상시상담소에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운영 중. 

홈페이지: 상시상담소(상담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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