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이러한 질문을 듣고, 바로 들었던 생각은 그냥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떠올라서, 질문을 들은 직후에는 ‘유연한 사람이요.'라고 즉각적으로 대답을 했고, 수업이 끝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때는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떠올랐다.
유연한 사람이란 자신의 생각에만 빠져 고집스럽게 행동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언급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소신이 없이 상황에 맞게 의견을 달리하는 줏대 없는 행동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유연함이란 '조화'를 잘 이루는 사람이다.
비단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잘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비위나 욕구를 맞춰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건강'하다는 범주 안에 포함시켜야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건강한 사람이라고 명명하기에 ‘그 사람이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재미라고만 들으면 문득 가벼운 이미지만 떠오를 수도 있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재미에는 ‘행복, 즐거움, 감사함’ 등이 포함되는 것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하며,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감사함을 갖고 사는 사람. 이 정도면 ‘건강한’ 사람이지 않나 싶다.
그런데 재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로움'이다. 즉, 타인에 대한 평가나 칭찬에 연연해하거나 타인의 기대에 부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평가/인정/기대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나 또한 지금 위에 적은 것을 다시 읽어보니, ‘너무 뻔한 내용을 적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뭔가 멋있고 그럴듯한 생각은 없나?’라고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스마트’해 보이는 것이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또다시 습관처럼 ‘더 똑똑해’ 보이고 싶은 욕구가 살짝 올라온 것이다. 이제는 나도 그러한 욕구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가끔씩 똑똑해 보이고 싶은 욕심이 날 때가 있어서 스스로에게 아쉬울 때가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즐거운 삶을 살기보다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춰 살게 되기 때문에 건강한 상태라고 말할 수 없다.
여기에서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힌트가 있다. 나의 단점이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실수하는 면이나 잘하지 못하는 면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싫어서, 그것을 감추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리고 남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못난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더 편안하게 드러내게 된다. 똑똑하지 않고 깊고 넓게 사고하는 것이 어려운 특성. 특히, 사람들이 기대하는 상담자라는 '따뜻함'에 대한 기준에서 벗어나 다소 차가운 모습이 있다는 점. 어떤 경우 이러한 나의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하는 나 자신이 오히려 더 기분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표현을 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더 배우게 되고 성장을 하는 것 같고, 남들의 부족한 면이나 실수까지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 대해 기분 좋은 마음이 있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함을 느끼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 행복하고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게 되는 것.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럼, 행복한 사람은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한 단어나 특성을 빗대어 그 사람이 심리적으로 ‘건강’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어떤 한 가지 좋은 특성이 있어도 다른 부분과 균형이 맞지 않다면 건강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건강하다고 볼 수 있고, '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나의 즐거움이나 쾌락을 위해 다른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거나 자신의 일에만 빠져 있느라 가족들은 소외시킨 사람들도 그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균형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위에 글은 현재 대학원 수업 중 '긍정심리학'과목의 과제인 'Reflection Note'에 제출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