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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Sep 20. 2016

나는 너를 바라보고,
너는 주변의 시선을 바라본다.

'아, 불편한데 어떻게 마주하지?'


'다시 보면 뭐라고 할까?'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

아주 오래전에 한 모임에서 어떤 사람과 나는 사소한 일로 크게 싸우게 되었고, 그 일로 모임을 지속하는 동안 불편한 상태로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임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 그 사람과 있었던 일도 잊혀 갔고, 그에게 느꼈던 감정들도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 참. 인생의 묘미가 앞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말처럼, 나는 그 사람을 다시 마주하게 될 상황이 생겼다. 그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마주하기 싫다'라는 생각이었고, '그 상황을 피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은 일로 싸우고 기분이 상했는데, 지금에 와서 다시 만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며 나 스스로를 설득시켜서 가까스로 그 상황에 마주하게 되었다. 


첫 만남을 하고 돌아왔을 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서 참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였다. 뭐가 그리 불편하다고 그 희미한 기억 속의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싶어서였다. 



즐겨 찾기 싫은 사람의 유형

그렇게 불편감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 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그때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예전에 내가 왜 싫어했고 왜 불편해했는지를 다시 선명하게 알게 되었고, 한 사람으로서 무시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정말 내가 친해지기 싫어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사람과의 재회를 하기 전에 '내가 싫어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의 불편함이 있었다. 즉, 나와 그 사람의 관계에 대한 불편감으로 인해 꺼려졌던 것인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와 그 사람이 이전에 알고 있었던 사이'라는 것이 밝혀질까 봐 그것을 불편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얘기를 하던 중, 그 사람은 일이 생겨서 갑자기 자리에서 떠났는데, 혼자 남은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롯이 '너'에 대한 내 감정이나 우리 관계에 대한 생각을 했는데, 너는 '나'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와의 관계'가 어떻게 보일지가 더 걱정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은 한 명의 인격체로서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서 (물론, 나도 기억에서 잊고 지냈었지만), 쉽게 말해 없는 사람처럼 취급받고 무시당한 느낌이 들어 참 씁쓸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 내 앞의 사람은 외로워진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잘 못하거나 생각이 많고 자기 검열의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이 있다. 이쁨 받고 싶고, 미움받기 싫어서 나를 내세우지 않고, 타인에게 맞추려는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집단주의인 우리나라에서는 튀지 않고 겸손하며 동화가 잘 되는 사람들을 좋아라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도를 넘어서 나보다 혹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 대해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기 싫은 마음이 더 크다면, 이는 나뿐만 아니라 나의 소중한 사람들까지도 다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 수준이 배려 차원의 예의인지 혹은 내가 좋게 보이기 위해 혹은 겁이 나서 비겁하게 피하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위에 등장한 그 사람은 갈등을 한 '나의 존재'가 중요하지 않고, 그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 더 신경을 썼을 수도 있다. 그 또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그 친구가 이전에 알고 지냈던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왜 걱정을 하냐는 것이다. 


가끔.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과하게 집중을 하다가 함께 있는 사람의 마음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의도치 않게 행할 수도 있겠지만 함께 있는 사람을 외롭게 혹은 비참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관계적인 측면에서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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