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냥 넘어갈 때도 있어야지

by 박지선

두 사람이 살다가 아이를 낳아 셋이 살게 되면서 너무 낯선 경험을 하게 됐다.

아이를 출산하기 전, 우리 두 사람만이 가족으로 있을 때는 어지간히도 싸웠다. 큰소리도 많이 내고, 며칠씩 싸움을 지속하기도 했다. 주중에는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느라 며칠 동안 선잠만 잔 채로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한 집에 두 명만 존재할 때는 우리 부부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많이 달라졌다. 되도록이면 아이 앞에서 큰소리를 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남편과의 갈등이 조심스러웠다. 남편이 예민해지지 않게 맞춰주게 되고, 갈등이 될 만한 소재는 아이가 잠이 든 후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질 때 분위기 타며 조심스럽게 꺼냈다.

혼란스럽고 어색했다. 갈등이 일어난 주제에 대해서 유야무야 넘어가게 되는 상황이 우리를 피상적인 관계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남편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대해 이번에 꼭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답답했다.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콕 집어 말하며 비난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울분이 터졌다.

한 번은 정말 크게 싸우고 며칠간 말도 섞지 않은 적이 있었다. 며칠이 지난 후 우리는 그때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침묵하는 기간 동안 남편이 내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물의 종류가 너무 커서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뭔지 모를 불편함에 받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그 당시에는 딱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편감이 무엇인지 선명해졌다. 마치 나를 아프게 한 말들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한 보상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빠졌고 선물 받기 찜찜했다.

이런 생각을 혼자서 품고 있다 보니 점차 슬퍼졌다. 사과를 하면 될 것이지 그 말을 끝까지 하기 싫어서 선물로 무마하나 싶어서 괘씸했다. 결국 친한 언니에게 내가 얼마나 속상하고 기분이 나쁜지 이야기했다.

언니는 차분히 내 말을 듣더니 조근조근 이야기해줬다. 아이 낳고 정신없이 키우는 지금 이때가 ‘순간적으로 드는 감정이나 생각을 소화시킬 시간이나 여유가 없고 무언가 내가 나를 제일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던 때’였다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지선이가 한발 양보한 거 같다”며 언니도 함께 마음 아프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언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 부부가, 우리 가족이 원만하게 지내기 위해 내가 애쓰는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서 결국 복받쳤다. (물론, 남편 입장을 들으면 상황이 180도 달라지겠지 ㅎ)

둘이 살다가 셋이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질 시간도 필요하다며, 서로가 노력하고 애쓰는 거 아직은 볼 수 없다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혹은 죽기 전에 언젠가는 알지 않겠냐며 상대에게 힘든 거 알아주기를 너무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차피 서로 완전한 이해는 어려우니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라자고 다독여줬다.

언니의 위로와 조언에 다시금 기분 좋은 의욕이 샘솟았다. 우리 둘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그리고 예전에 연애 때만큼, 둘이 살 때만큼 집요하게, 치열하게 한 가지 문제로 달달달 볶아가며 싸울 수 없다는 것도 받아들였다. 어떤 상황에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양보도 하고, 모른 척도 하고, 피하고 싶어 할 때는 샛길도 만들어 주는 여유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어딘가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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