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밤낮의 온도차

by 박지선

여보, 몸은 좀 어때?
좋지 않아
어젯밤부터 안 좋아 보이던데, 관절이 계속 아픈 거야?
응. 관절들도 아프고, 몸살 걸린 것처럼 온몸이 아파. 그리고 기분이 안 좋기도 하고.
몸과 마음이 다 안 좋네.
응. 매일 혼자 있으니까 기분이 자꾸 안 좋아져. 생각보다 안 좋은 거 같아.
아이구, 그랬구나.
앞으로 계속 그렇게 늦어?
일이 조금 많아서.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
...
자기 하고 싶은 거 없어? 내일 일 쉬고 어디갈까?
하고 싶은 거 없어.
왜 없어~~, 아니면 다른 아기 엄마들이랑 어디 좋은데 갈래? 그러면 기분이 좀 풀리려나?
아니. 자기가 없잖아. 자기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어.
자기가 힘들어하니까 나도 마음이 아프다. 조금만 기다려줘. 일은 밀려 들어오는데 사람은 없고, 있는 직원도 이 일에 익숙지 않아서 적응시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네. 사람을 더 뽑게 되면 지금보다 나을 거야. 그동안 조금만 이해해줘.
응. 알겠어.


우리집 아기는 요즘 이도 나고 몸도 크느라 힘든가 보다. 칭얼칭얼, 칭얼거림이 보통이 아니다. 웃었다, 울었다. 엄마 옆에 꼭 붙어있겠다고 하다가 놓으라고 하다가를 반복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금방 짜증냈다가 금방 웃는 게 어이가 없어서 같이 웃게 된다. 우리 아기 기쁨슬픔증에 걸렸냐며 웃어댔는데 내가 꼭 그렇다. 낮에는 사람들도 만나고, 아기와도 재미있게 잘 놀다가도 밤만 되면 그렇게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지면 더더욱 그렇다.

바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그나마 여유가 있는 시기에는 최대한 집에 일찍 오려고 노력하는 남편이었다. 하지만 올해 승진을 한 후에는 바쁘지 않은 날이 별로 없다. 하루 이틀 괜찮았다. 일주일 괜찮았다. 이주가 넘어가자 점점 나 스스로 쳐지는 게 느껴졌다. 무드가 쳐지자 기운도 없어졌다. 육아는 정신력이라고 하더니 정신줄을 놓는 순간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밤에 아기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리면 늦게 퇴근한 남편이 나를 깨워서 일어난다. 멍하니 앉아 있는다. 활기가 있을 때는 아기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도 이내 깨어나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의욕도 없다. 그냥 넋 놓고 같이 잠들어버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편과 대화하면서 울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남편이 내 마음을 공감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체력이 급상승한다. 상담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대화의 힘, 공감의 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드라마틱할 줄이야. 눈 녹듯이 나의 피곤은 사라진다. 그 대화에는 ‘신랑아! 정신차려라~ 그렇게 일에만 빠져있어서는 안 된다! 아내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며 나에게서 멀어진 남편에게 경각심을 일러주는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다.

낮에는 친정 부모님도 만나고, 동네 엄마들도 만나고, 놀이터에서 다른 아기들도 보면서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들은 대부분 사회활동으로 분류된다. 아이와 시간을 보낸 그 하루 동안 내 마음에 쌓인 감정들, 몸에 쌓인 피로들을 풀어내는 데에는 남편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부부간의 대화가 중요하다. 소통의 기술,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상대가 들을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 그 기술이 핵심이다. 내가 힘들다고, 설거지하면서 툭툭 거리고, 아기 좀 돌보라고 소리치고, 너만 힘드냐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인지, 그리고 상대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수시로 밤낮의 온도차를 느끼고, 주간 온도차를 느끼며, 내 감정과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육아를 하는 나는 남편과 마음의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지 싶다. 지난밤 시큰둥하게 멍 때리고 있던 나를 걱정하며 다음날 밤 내 마음을 물어봐주고 공감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가능한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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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주고받는 대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의 영상을 추천합니다>

https://youtu.be/4_Nf8Wob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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