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해보니 알겠다. 이혼이 별일인 것 같으면서도 별일이 아니고, 큰일인 것 같으면서도 큰일이 아니라는 것을. 일생에서 마주하는 여러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함께 살다 보니 맞춰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무 다른 취향과 생각들. 그중에 어떤 부분은 양보가 가능하고 어떤 부분은 양보할 필요도 없이 너무 이해돼서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타협이 안 되는 지점에 맞닥뜨리게 되면 말이 달라진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의 스타일이 나타난다.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지지 않기 위해 눈치싸움을 한다. 그때부터 진짜 서로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참고 참다 곪아서 터지게 되는 싸움은 결국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양보할 수 없는 이 문제를 어떻게 안고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같이 살아가나 싶어서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남편은 내가 남편보다 아기를 더 챙기고 집 안에서 소외감을 느낄 때, 자신이 무시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 ‘이렇게 사는 게 맞나.’싶어 이혼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남편의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나타나는 파생물들. 여자는 집에서 아기만 봐야 하고 남편 내조와 집안일을 잘하는 게 제일이라고 할 때. ‘정말 끝까지 잘 살 수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본인이 무시받는 것은 싫고, 여자가 멸시받았던 제도와 사고방식은 받아들이고 따르는 게 도통 이해가 안 된다.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가장이 집에 들어왔는데...’, ‘가장이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장난으로라도 가장이라는 단어 쓰지 말라고 결혼 초부터 강력히 이야기해왔다. 너와 나는 평등한 남편과 아내이지 네가 내 윗사람은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나는 항상 이야기한다. 우리 둘, 그리고 아기까지 모두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 또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가 보다. 남편은 빈번히 무시받는다고 느끼니 말이다.
우리 부부 각자의 특성은 함께 살면서 더 극대화됐다. 남편으로서 대우받고 싶었던 남편은 가부장제도를 더 강력히 운운하고. 아내로서 존중받고 싶었던 나는 평등을 더 강력히 운운하며 남편의 더 많은 희생을 요구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 전 주방일은 절대 시키지 말라는 남편의 말에 대판 싸워서 파혼 이야기까지 나왔었는데, 지금의 남편은 설거지까지는 하고 있다. 물론, 내가 정말 너무 아파서 힘들어하고 있고, 본인이 기분 좋을 때 한정된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나 또한 아침 배웅에 하루 기분이 달라지고, 집에 들어올 때 웃으며 반겨달라는 남편의 말에 매일 아침 배웅해주고, 퇴근 시 웃으며 뛰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아기 때문에 밤잠을 못 잔 날이라도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면 졸린 눈을 비비며 문 앞에서 꼭 인사를 하고, 아기 때문에 하루 종일 씨름을 해서 기진맥진해도 웃으며 반기려 노력한다. 물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들어 있을 때는 기절해 있고 싸웠을 때는 들어와도 ‘왔어?’ 이 한마디만 던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각자의 주장과 바람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욱더 극단으로 의견을 피력하지만, 같이 살아가야 하기에 그 극단에서 잠깐씩 중간 지점으로 내려와 타협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기분 좋아하면 나 또한 기분 좋아지고, 그까지 껏 별거 아니니 계속 응해주자 라는 생각도 응당 들게 된다.
이기는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니라, 같이 살기 위한 싸움을 하고 싶어서. 그리고 지는 게. 양보하는 게 그닥 큰일이 아닌 상황에서는 아쌀하게 엎어지는 것도 서로가 기분 좋은 일이니까 그러는 거다.
같이 살려면 그렇게 기분 좋은 일들을 일부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함께 할 수 있다. 어느 순간 우리가 부부가 아닌 남이 될 수도, 아니면 백년해로 하는 아름다운 노부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매 순간 후회하지 않게끔 노력해 보고 싶다.
#결혼 #이혼 #별거 #부부싸움 #부부갈등 #부부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