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제가요?!

by 박지선

출근하면 제일 먼저 메일을 확인했다. 중요한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고 광고나 스팸메일은 지우고. 오전 오후, 메일이 올 때마다 확인을 하니 안 읽은 메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읽지 않은 메일’이 몇백 개나 된다. 얼마나 오랫동안 확인하지 않았는지 원. 어차피 메일로 주고받을 연락이나 소식도 없으니 신경을 안 쓰고 살았다.

그러다 며칠 전 뜨끈한 메일이 왔다. 생각 없이 메일을 열어봤는데 칼럼 제안 메일이었다. 그 메일을 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기쁨’이고 ‘나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큰 기대감 없이 내게 제안을 했겠지만, 내게 들어온 그 일이 나 스스로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늦은 나이에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다 보니 몸이 성한 데가 없다. 동네 엄마들과 고작 3-4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도 내 체력은 더 바닥인 듯해서 좌절스럽다.

본디 타고난 머리도 안 좋은데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하다 보니 기억력은 심각하게 감퇴하는 것 같고, 두뇌에서 돌아가는 처리속도. 민감성은 말도 안 되게 둔해지는 것 같다.

‘많이 망가졌다.’는 생각이 빈번하게 든다.

이런 상황에서 뜻밖의 제안이 반갑기도 무섭기도 했다. 하고 싶은데 못하겠다. 겁이 나고 두려웠다. 삐그덕 거리는 내 머리를 갖고 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시작도 하기 싫었다.

역시나 우리 동료들에게 묻고, 엄마. 남편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데 해도 되는지. 자신이 없어서 하겠다고 답을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잘하려고 또 욕심부린다.’
‘무조건 해!’
‘아기는 엄마가 봐줄 테니 걱정 말고 일 봐!’

주변 사람들 말에 내 기분은 더 고취됐다. 어느 누구도 내게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받았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도 확인받았다.

안심하고 승낙했다. 준비하는 동안 행복했고 설렜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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