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을 때 나를 돌아보면 미친애가 따로 없었네 싶다. 중기, 후기로 넘어가서는 그나마 사람처럼 살아갔지만 초기 때는 감정 변화도 많고 메스껍고 졸음이 쏟아지는 상태에 불쾌감이 치솟았다.
불쾌지수 높은 변덕쟁이 옆에서 남편은 혼란스러워했다. 서로를 알아간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나를 또라이로 봤던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남편 또한 임신해서 예민해진 사람을 눈앞에서 처음 보게 됐으니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싶기도 하다. ‘저런 여자와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 나 같아도 도망가고 싶었겠다.
임신 초반에는 무지 싸웠다. 싸움도 극단을 달렸고, 사사건건 싸웠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이 갑자기. 느닷없이 별거 아닌 일에 싸우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은 임신한 아내의, 출산 후의 아내에 상태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러니 반 미친 상태의 아내와 죽을 듯이 싸운 게 아니었을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데이터들이 쌓이게 되자, 남편도 점점 유연해지고 있다.
‘집에서 아기와 단둘이 있으며 아기에게 정신이 탈탈 털리는 아내가 제정신인 게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울퉁불퉁한 상황에서도 눈 감고 넘어가기도 한다.
물론, 자주 삐치고 설움이 폭발하는 남편이라 욱하기도 하지만 예전보다는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상황이라는 거 알면서도 눈 감아주고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남편이 참 고맙다.
예전에 센터 상담자들과 대화 도중
‘종이호랑이 남편이 최고’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다.
남편 또한 그럴 것 같다.
아내가 남편 상황을 이해해주고 품 넓게 안아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런사람
#내가먼저해볼까
#알기는하지만실천하기어려운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