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무한 리플레이

by 박지선

요즘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새로 사고 있다. 옷장에 있는 하의는 엉덩이에서 멈추고 상의는 거대해진 내 골격을 감당해 내지 못한다.

지난 주말 반팔 티셔츠를 입은 내 몸을 보고 하루 종일 깜짝 놀랐다. 내 팔뚝이 이제 웬만한 성인 남자들보다 더 듬직해지고 어깨나 몸통 두께가 도톰하니 튼실해도 너무 튼실해 보였다.

아기가 낮잠 자는 틈을 타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 민소매는 도저히 못 입을 것 같았다. 땀도 많아 민소매나 짧은 반팔만 입고 다녔었는데 도저히 까놓고 다니지 못하겠더라.

살쪄도 괜찮다 괜찮다 했지만, 그것과 다르게 내 몸에 맞는, 내 몸에 어울리는 옷으로 스타일을 바꾸고 싶었다.

그날 저녁, 남편이 물었다.
“마음에 드는 걸로 샀어?”
“응!... 그런데 이제 어떡하지? 어떻게 살이 끝도 없이 계속 찌지? 이번에 또 확 쪘어.”
“괜찮아, 내가 있잖아.”
“아... 감당이 안되네.”
“그럼 먹지 마~.”
“안돼, 그건 불가능해.”
“그럼, 그냥 살아도 돼. 괜찮아.”
“....... 여보, 맨날 똑같은 얘기에 똑같이 대답해줘서 고마워.”

‘변할 생각도 의지도 없으면서
우울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지만
처음과 같이
처음 듣는 것처럼 대답해줘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가끔씩 올라오는 좌절감, 우울감이 다시 가라앉아.
앞으로도 부탁해.’



#부부일상 #부부대화 #육퇴후폭식 #육퇴후맥주
#우울한생각은입밖으로계속나불대기
#변덕스런마음에일관된답변이힘이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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