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너의 마음을 궁금해할게

by 박지선

오전부터 아이가 칭얼거린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그날따라 나도 같이 지쳐갔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화가 느껴졌다. 아이를 한쪽 다리에 앉힌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이는 생뚱맞은 엄마의 행동에 더 칭얼거렸다.

‘잠깐만 기다려봐. 엄마 화가 나는데 화 안 내려고 숨 쉬고 있는 거야. 크게 들이마시고 쓰읍~ 내쉬고 후~. ㅇㅇ 이도 기분 안 좋으면 같이 해봐.’ 뭐가 뭔지 모르는 아이는 또 떼를 썼다.

뭐가 됐든 간에 아이의 떼로부터 나를 좀 떨어트려야 했다.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이 목까지 차올라 뭐라도 했다.

그렇지만 턱 나오는 짜증을, 한숨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에게 짜증 낸 후 미안함과 자책함이 밀려왔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엄마가 많이 화내서 속상했냐고 물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큰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아~ 엄마가 화날 때 그렇게 했지~ ㅇㅇ이에게 화나는 거 잘 이야기하려고 그랬지이~’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소리치고 나서 놀랐냐고 물었다. 아이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는다. ‘아~ 엄마 화나면 그렇게 숨 크게 쉬라고~?’

아이는 무엇이든 소통하고 싶어서 몸짓으로 표현한다. 이를 엄마인 내가 주관적으로 아주 자의적인 해석을 한다.

아이의 몸짓을 내 마음대로 해석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겪는 이 모든 감정들, 사건들은 내가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큰일이 아닐 수 있겠다. 나 혼자 내 감정 몰입해서 보통의 일들을 특별한 사건들로 만들고 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아이에게 상처 주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겠다는 욕심에 과잉 해석했던 것은 아닌가. 부모역할하면서도 잘하고 싶은 욕심에 우리 관계에 생채기 하나 내기 싫었던 그 욕심에 오버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 욕심에 너무 애쓰고 있던 것은 아닐지. 그로 인해 외려 아이가 더 피해 보는 것은 아닐지. 내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우리 엄마와는 다른, 보다 더 성숙한 엄마가 될 줄 알았는데 택도 없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자식을 키워보니 더 잘 알게 된다. 다행히 부모가 되어서 보니 사람이 좀 겸손해지기도 해서 스스로 검열하고 조심하려는 생각을 갖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_ 지금 기분이 어떤지, 지금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고 헤아릴 수 있는 엄마가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안심이다.


늦게 퇴근했던 주말 밤. 내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아이가 우느라 목이 다 쉬었었다. 그 전에도 아이가 잠들지 않고 엄마 찾으며 울고 있다고 하면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재빨리 귀가했었는데, 이번에는 우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깊었다고 한다.

목이 다 쉰 아이는 자정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마음이 아팠다.

다음날 엄마가 없어서 보고 싶었냐고, 속상했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몸짓으로 표현한다. 그 몸짓을 엄마의 시선으로 주관적인, 엄마 편의대로 해석한다. ‘아~ 맞아. 엄마가 회사 가도 ㅇㅇ이 마음속에 엄마 사랑이 가득 있다고 말했지이~!’ 엄마의 질문에 무조건 예스라고 말하는 아이일 뿐인데 내심 기특하고 안심도 됐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엄마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언젠가 알 수도 있겠다는 안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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