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자기애적인 사람들의 속사정
자아도취적이며 타인을 도구로 사용하는, 즉 자신의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들을 옆에 두거나 혹은 자신 스스로를 뽐낼 수 없을 경우엔 잘난 사람을 옆에 붙어서 이를 충족하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
정도는 다르지만 이러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의기양양하며 당당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솔직한 내면에는 자의식과 수치심을 강하게 느끼고 있으며, 우울하고 자기비판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 그래서 ‘너는 그것도 못해?’ VS. ‘나는 그것도 못해’ 이 두 마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자기 비난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수치스럽거나 창피스러운 일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두려워하며, 이들의 주관적 경험은 모두 인정이나 비난/수치로만 귀결된다.
이들이 사용하는 주된 방어기제는 ‘이상화’와 ‘평가절하’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고 멋진 사람이라고 이상화시키고 스스로가 목표로 하는 바를 이뤘을 때는 그것을 달성했다는 만족감에 빠져 과시하다가, 이에 도달하지 못 했을 때는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우울감’에 빠져 자기 비난을 하며 더 깊은 수치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혹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타인이 갖고 있다고 느낄 때는 ‘질투(envy)’의 감정을 갖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특성에 대해 비웃고 비난하면서 이를 가치 없게 만들어 버리기도 할 것이다.
자기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하기 때문에 완벽주의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 수치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기애적인 허기나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완벽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자신의 계획에서 벗어나 약간이라도 실수하는 모습이라도 발견된다면 타인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스스로가 모욕감을 느끼고 자기 비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자기애는 기저의 역동은 같으나 겉으로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로 구분 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외현적 자기애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기애적 성격을 띤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자신을 뽐내고, 자기주장적이며, 성취 지향적으로 타인을 이용하고 무시하는 등. 그러나 내현적 자기애는 자기애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속으로는 타인을 무시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도 겉으로는 수줍어하고 겸손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러하다.
내현적 자기애의 사람들은 좀 더 복잡한 상호작용 패턴을 갖고 있어, 그들의 진짜 모습과 관계를 맺기란 더 어려울 수도 있는 것 같다. 내현적 자기애의 사람들은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면서, 수치심을 경험하면 굴욕감을 크게 느끼고 쉽게 상처를 받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성을 더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인정 욕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도 못 해서 좌절감을 느낄 가능성도 높다.
나하영, 신태섭(2016)의 연구에서는 내현적 자기애 성향을 가진 대학생들이 내면화된 수치심이 높을수록, 자기 제시 동기-기대의 차이가 클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의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고 하였다. 자기 제시 동기 수준은 높으나 자기 제시 기대가 낮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좋은 평가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는 크지만 자신이 의도한 인상을 타인에게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은 대인관계 상황에서 불편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내현적 자기애를 지닌 사람은 자신의 자기애적 욕구를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감 부족으로 실제 자기를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면대면 관계를 피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그로 인해 자신의 욕구를 좀 더 안전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SNS에 빠지게 되고, 결국엔 SNS 중독 경향성이 높아진다고 하였다(김선미, 서경현, 2015).
SNS 사용과 관련되어 사람들은 더 많은 우울감과 비참함을 느끼기도 하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횟수가 많아지게 되면서 자신감은 더 낮아지고 타인 앞에 나서는 것을 더 두렵게 만들 수도 있다. SNS의 사용으로 인해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내현적 자기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리는 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수치심’에 집중을 해봐도 좋을 것이다. 이들은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 비난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잘나지 못해도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가 머리로 아는 것은 변화로 이끌지 못한다. 경험적으로 실질적인 관계 안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해봐야 이전의 관계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부모가 자신의 자기애적인 욕구 충족의 연속선상으로 나를 칭찬하거나 비난하였다면, 이제는 그러한 방식이 아닌 바보 같은 모습으로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 속에서 경험해보는 것이다.
예전에 아이들을 상담할 때, 부모들에게 꼭 해줬던 말들이 있다. 그림을 예쁘게 그리지 못하는 경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아이, 혹은 줄넘기를 잘 하지 못해서 남들 앞에서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에게, 오히려 엄마가 먼저 더 바보같이 그려보고, 바보같이 줄넘기를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잘하지 못해도 즐겁구나’, ‘잘하지 못해도 엄마랑 나랑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한 편으로는 타인을 비난하는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저렇게 능력이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가 밖에서 편안하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물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야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집단 상담에 함께 참여하여 우리의 솔직한 욕구와 마음을 드러내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받는 느낌을 경험해보고, 그리고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나의 관점을 조금씩 바꿔보자.
이 글은 과학자-전문가 준비반(월요일 오전)에서 신다혜님이 발표하신 다음의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음.
나하영, 신태섭(2016). 대학생의 내현적 자기애와 사회적 상호작용 불안의 관계: 내면화된 수치심과 자기 제시 동기-기대 차이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28(3), 695-717.
이 글은 과학자-전문가 준비반(화요일 오전)에서 박헤림님이 발표하신 다음의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음.
김선미, 서경현(2015). 내현적 자기애와 SNS 중독 경향성 간의 관계: 경험 회피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 건강, 20(3), 587-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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