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부적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진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생명의 위협을 크게 느낀 사람들은 그 이후의 삶에서도 높은 불안 수준을 유지하고, 그때의 사건이 갑작스럽게 떠올라 실제 지진이 난 것처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강한 스트레스 사건 이후에 경험하는 심리적 불편감은 비단 정서적/인지적인 원인으로만 야기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신경 촬영법(neuroimaging)을 활용한 연구들에서는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이하 PTSD) 환자들이 내측 측두엽 활동과 해마의 부피가 유의미하게 작아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해마는 대상(object)을 인식하고 맥락을 파악하여 이러한 정보들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데, 해마의 크기가 작거나 기능의 결함이 있는 경우 맥락 정보를 학습하는데 부분적인 결함을 보인다고 한다. 즉, 현실적/객관적으로 상황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러한 해마의 기능적 이상과 구조적 이상이 PTSD 환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적으로 알아보고자, 본 연구에서는 새로운 단서-맥락 반전 패러다임(novel cue-context reversal paradigm)을 사용했다. 이 실험에서 PTSD 환자들과 일반인 참가자들의 수행을 비교하여 우측과 좌측 해마의 결함의 영향력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26명의 PTSD 환자들, 22명의 PTSD가 아닌 참가자들(이하, 비-PTSD)이 실험에 참가하였고, 실험에 참여하기 전에 '외상과 생활사건 자기 보고식 검사', '우울증', 'IQ'를 측정하였다.
실험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연습 단계: 단서가 그려져 있는 상자에서 긍정적인 결과(돈)가 나오는 단서를 학습하고, 그다음에 부정적인 결과(폭탄)가 나오는 단서를 학습한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경우에 상자를 열게 되면 25점을 획득하게 되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게 되면 25점을 뺏기게 된다. 실험 참가자들은 높은 점수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2. 실험 단계: 8개의 단서(폰 or 축구공)와 8개의 맥락 색상(보라색 or 회색)을 새롭게 제시해서 새로운 학습을 하게 되는데 이는 획득 및 반전 단계로 나뉜다. 획득 단계는 새로운 4개의 상자들에 대한 결과를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학습하게 되고, 이 학습에 따라 상자를 열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40번의 수행을 하게 되는데 6번 연속해서 올바른 수행을 해야 실험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유지 및 반전 단계는 결과가 똑같이 나오는 상자가 있기도 하고, 혹은 원래 상자에게 맥락(배경 색상) 혹은 단서(그림)가 달라져서 결과도 뒤바뀌어 나오는데 이렇게 변화될 때마다 결과가 부정 혹은 긍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또 새롭게 학습해야 한다. 맥락이나 단서를 긍정에서 부정으로, 부정에서 긍정으로 변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본래 긍정적인 상자: 주황색 배경에 모자 그림이면 긍정적인 결과(돈)가 나왔다. 이를 학습한 후 유지할 수 있다면 주황색 배경에 모자가 나왔을 때 긍정적 결과(돈)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상자를 열 것이다. 반면, 반전 단계란, 주황색 배경에서 -> 회색 배경으로 변경이 되거나, 모자에서 -> 폰으로 단서가 바뀌었을 때 부정적 결과(폭탄)가 나타나고 이는 점수를 뺏기게 되는 것이니 상자를 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 부정적인 상자: 노란색 배경에 자동차 그림이면 부정적인 결과(폭탄)가 나왔다. 이를 학습한 후 유지할 수 있다면 노란색 배경에 자동차가 나왔을 때 부정적 결과(폭탄)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상자를 열지 않을 것이다. 반면, 반전 단계란, 노란색 배경에서 -> 보라색 배경으로 변경이 되거나, 자동차에서 -> 축구공으로 단서가 바뀌었을 때 긍정적 결과(돈)가 나타나고 이는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니 상자를 열어야 한다는 것을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PTSD 환자들과 비-PTSD 참가자들 모두 동일하게 긍정적/부정적 자극-결과 연합을 학습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PTSD 환자들만 부정적인 맥락(긍정적일 때는 예외)에서 뒤바뀐 결과를 학습하는데 선택적인 결함을 보였다. 이들은 특정한 맥락을 부정적인 결과와 연합하는 것을 학습한 후(예, 노란색 배경의 자동차는 부정적이다), 나중에 새로운 사물이 제시될 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학습할 수 없었다(예, 노란색 배경의 축구공은 긍정적이다).
뇌 영상을 찍어보았을 때, 실질적으로 PTSD 환자들이 비-PTSD 사람들에 비해 해마의 크기가 더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줄어든 양측 해마 부피로 인해 PTSD 환자들은 부정적인 맥락을 과잉일반화하여 새로운 자극에 대해 학습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양측 해마의 부피는 부정적인 맥락을 과잉일반화하는 것에 대하여 'IQ', '우울증'과 '아동기 심리적 외상'을 통제하고도 45%의 설명력을 가진 유일한 예측변인이었다.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사고의 협소함이나 경직성을 보이며, 과잉일반화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해일이나 토네이도와 같은 재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하늘이 흐리거나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도 이전의 사건과 같은 감정과 생각이 떠올라서 그때 경험했던 것들(감정, 인지 등)을 재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상황적 단서나 맥락들을 파악해서 그때의 상황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하늘이 흐리다는 작은 이유만으로 잘못된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PTSD 환자들에게 인지를 변화시켜줄 수 있는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들이 생각하고 지각하는 것과 현실 간의 불일치를 지속적으로 설명 혹은 논박을 하여 인지를 변화시키도록 하면 그들의 증상 경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노출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되는 연구들도 많은데, 이는 공포스러운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어 감정적으로 압도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리고 그 상황으로부터 회피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덧붙여.
이와 같은 원리를 우리가 좀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관계적인 측면에서도 얘기해보자면, 이전에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운 경험을 했다거나, 친구들로부터 배신을 당했고, 혹은 열렬히 좋아했던 사람으로부터 거절의 표현을 듣게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전의 경험을 과잉일반화하여 미리 경험하지도 않은 상황들에 대해 겁을 내고 회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되는데, 우리가 다시 한 번 관계를 맺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서 새로운 관계를 재경험해봐야 이전과는 다른 세상, 타인, 나에 대한 인식이 재형성될 것이다.
위의 논문은 '과학자 전문가 준비반(월요일 오전)'에서 김아름님이 발표하신 다음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음.
Levin-Gigi, E., Szabo, C., Richter-Levin, G., & Keri, S. (2015). Reduced hippocampal volume is associated with overgeneralization of negative context in individuals with ptsd.Neuropsychology, 29(1), 15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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