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_6 이것저것 맘이 시키는 대로

나를 조각하자

by NA

빵 파트 일이 익숙해지던 즈음, 나는 ‘내가 이걸 하기 위해 업장에 왔던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칼질을 하고 불을 다뤄보고 싶었다. 어차피 한 학기를 이곳에서 보낼 것이라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다 배워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 들어올 때는, 과장님께서 칼을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용기를 내어 여쭤보았다.


“저… 과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어 OO아 무슨 일이야”

“저 과일 손질을 좀 해 보고 싶습니다”

“흐음… 그래 너도 주방에 들어온지 꽤 됐으니까. 그럼 너도 선배들 도와서 한 번 해봐. 대신 칼을 다룰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넵넵 감사합니다. 유의하여 손질하겠습니다.”


이 이후로 칼질과 야스리질(칼날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을 배웠다. 틈틈이 선배님들께 칼질을 어떻게 하시는지도 여쭤보고 내 손에 맞는 방식을 찾았다.

칼질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서, 근무가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시점에서 과장님께 핫 파트에 들어가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핫 파트는 말 그대로 뜨거운 음식을 다루는 파트로, 오븐에 구운 생선, 채소 볶음, 스프를 주로 담당한다. 주방에서 일하는 김에 기왕이면 불도 써 보고 싶었다. 과장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서툴렀지만 주방 선배들의 도움으로 핫 파트 업무에도 적응할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든 일들이었지만, 힘들게 일을 끝내고 샤워를 할 때의 개운함, 자전거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갈 때의 맑은 마음은 힘든 몸을 달래 주고도 남을 충분한 보상이었다.


나중에도, 다른 선배들이 손질하는 것들에 관심이 생기면 근무 시간 외에도 조금씩 남아 도와 드리며 일을 배웠다. 덕분에 생선도 손질해 보고, 한치도 손질해 볼 수 있었다. 주방에 있을 때는 떠나는 날에 대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그럴 겨를도 없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마지막 핫 업무를 마치고 유니폼과 사원증을 반납하고 있었다.


이런 다신 못 해볼 경험들을 해본 것은,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나의 자세도 있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일 손질을 해 보겠다는 나를 과장님이 믿지 못하고 말렸다면, 기초도 없이 핫에 들어가겠다는 나를 차장님께서 비웃으시곤 파트를 바꿔 주시지 않았다면, 칼질도 불 쓰는 법도 서툴러 속도가 느린 나를 다른 선배님들께서 도와 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칼질도, 불을 다루고 스프를 끓이는 법도 배우지 못한 채 주방을 떠났을 것이다.


내가 이리 튀고 저리 튀는데 큰 상해(?)를 입지 않은 것은 이 ‘인복’ 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3주를 합숙해야 하는 기숙학원에서도, 호기롭게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가로로 가로지르던 날에도, 겁없이 주방에 들어갔던 날에도,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해 보던 날에도, 너무나 다정했던 내 주위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 과정들을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소소한 글이지만 이 자리를 빌려 내 주위에 있어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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