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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승현 Oct 26. 2019

엄마 따라 가난 간다

월급쟁이 왕초보 돈 관리법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다. 수학 숙제를 하고 있기에 옆에서 들여다보니 ‘나누기’ 하는 방법이 이상하지 않은가? 크게 화를 내며 야단쳤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나누기를 배웠느냐?” “왜 제대로 하지 않고 이상한 방법으로 하느냐?” 잠시 후 큰 충격으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요즘은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 내가 배운 방식과는 다르다. 이후로는 아이가 물어보지 않는 한 먼저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공부하는 방식, 사고하는 방식이 모두 바뀌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 사람이다. 잘못 관여하면 오히려 아이의 사고에 혼란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모든 학습은 학교와 전문 교육기관에 맡겼다. 


그래서일까? 아들은 모든 일을 스스로 입체적으로 판단한다. 아빠의 조언이 필요한 경우에는 진지하게 의견을 묻는다. 아이가 물을 때만 입을 연다. 나는 2D 시대를 살았다. 아들은 3D, 4D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내가 너만 했을 때는….” “아빠 경험으로는….” 이런 식으로 주입하고 간섭하려 했다면, 아들은 나와 같은 2D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실패도 경험하도록 했다. 이제 아들은 자기 나이 이상의 사고를 하며 때론 아빠에게 조심스레 조언해 주기도 한다.


27세 사회 초년생, 57세 아버지, 55세 어머니. 통상적으로 아버지와 첫째 자녀의 나이 차는 30년이다. 아버지는 30년 전 사람이다. 금리 10%대에서 경제활동을 시작해 최고 17%까지 경험한 세대다. 1999년에 금리는 15%에서 5%로 급락했다. 하지만 50세까지도 5% 수준의 금리를 누렸다.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시절이다.



[ 시장 금리, 1976~2018년 ]

* 데이터 출처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KOSIS



30대에 10년 동안 10% 이상의 금리로 자산을 불렸고, 그렇게 모은 자산을 40대에 10년 동안 5% 금리로 관리한 세대. 부모는 그렇게 살아왔지만, 당신은 지금부터 30년을 다르게 살아가야 한다. 


1985년 이후 2018년까지 한국과 일본의 금리를 비교해 보자. 어떤 학자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거라 하고, 또 어떤 학자는 가까이서 일본을 지켜보았으니 달라질 거라 한다. 누가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경각심을 갖기엔 충분한 데이터다.



[ 한국, 일본 시장 금리, 1985~2018년 ]

* 데이터 출처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KOSIS



“엄마가 하지 말래요.”

“엄마 친구분께 보험을 들었는데 어쩔 수 없어요.”

“엄마가 펀드는 위험하다고 하지 말래요.”

“엄마와 상의해 볼게요.”

“엄마가 빚을 내서라도 집부터 빨리 사래요.”


19년째 재무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 시 이런 얘길 했던 사람치고 현재 나의 관리를 받고 있는 사람은 없다. 전문가에게 상담받았지만 결국 엄마 옆자리로 되돌아갔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모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사고 속에서 살아가는 세대다. 그런데 과거 새마을운동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코치를 받고 있다. 



결국, 그들은 달라진 세상에서 여전히 엄마의 삶을 살아가는 셈이다. 



부모를 존중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듣되 스스로 판단하라는 뜻이다. 부모의 교육방식과 자녀 인생에 개입하는 정도도 달라져야 한다. 경제와 금융 분야는 더욱더 그렇다. 


이제 곧 은퇴를 눈앞에 둔 세대가 어떻게 자녀가 살아갈 세상을 현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예측할 수 있을까?



전술보다는 전략을 가르쳐야 한다.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어떤 관점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지, 지혜를 전해 줘야 한다. 전술은 자녀가 스스로 잘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지혜를 전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흘러간 과거의 전술을 강제 주입하고 있으니 과연 자녀에게 도움이 될까? 나는 아들에게 직접 경험한 전술조차도 잘 얘기하지 않는다. 전술을 사용한 당시의 전략을 얘기할 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다. 부자가 되었다는 뜻일 거다. 하지만 엄마 따라 ‘가난’ 갈 수도 있다. 


달라진 세상에선 다른 전략으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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