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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Nov 14. 2018

[이런 영화 어때]  "조용한 열정" 읽기

-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을 함께 읽다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잴 수조차 없는 고독에 깊이 빠진 당신에게!


영화와 시집을 함께 추천합니다.



시인의 생애와 그 생애 속에서 탄생한
상처와 치유의 시를

영화 '조용한 열정', 시집 '고독은 잴 수 없는 것'과 함께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영화 : 조용한 열정


[개요] 드라마, 2015 벨기에/영국, 12세 관람가

[감독] 테렌스 데이비스

[출연] 신시아 닉슨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는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않은 영화다.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를 다룬 예술 영화이다.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전국에 몇 곳 없어서, 겨우 서울 명동역 CGV에서 자리를 찾아 비싼 값을 치르고 보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영화이기에 동네에서 상영도 안 한담. 시에 관한 얘기, 시인의 생애에 대한 다큐 같은 내용?

너무 지루하고 졸립거나, 너무 이해할 수 없게 난해하면 어떡하지?


그만 기우(杞憂)에 그칠 쓸데없는 걱정을 혼자 다 하면서 영화관에 들어갔다.



#영화를 보면서


아, 내가 오늘 새로운 별명을 하나 얻겠구나.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그렇게 처절하게(언성을 높이며) 여성 인권에 대해서 대변할 일이 아니었어. 이 영화를 함께 보는 지인(知人)들은, 나를 떠올리겠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내가 계속 겹쳐지는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에밀리 디킨슨의 신경질적이면서도 날카로운, 그러면서도 심오한 설득력. 내가 어쩐지 그녀를 약간 닮은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무엇보다 인물의 생각과 그 생각을 피력하는 방식이 좋았다.
독설로 가득 찬 분노는 더욱 좋았다.
(정말 특이한 취향을 가진 나란 사람.)


 한 생애의 비애, 고독, 엄격함, 은둔자의 냉정함 등을 처절하게 도려내는 듯이 날카롭게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화법. 맘에 들었다. 에둘러 얘기하지 않고 정면으로 도전한 감독의 작법이 좋았다.
 혹자는 인물의 생애를 연대기적 구성으로 지루하게 구성-연출했다 할 수도 있겠지만
 에밀리의 생애에서 가족, 집, 사색, 죽음, 고독, 냉정함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다 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기도 하다.
 
 두 시간 동안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배우 신시아 닉슨(에밀리 디킨슨 분)의 열정이 크게 한 몫 했다 여긴다.
 특히 창가를 보며 사색에 잠기는 모습, 종교에 대한 깊은 성찰, 가족들에게 분노를 표출할 때의 그녀의 모습, 등등은 그 자체로 시인인 듯한 몰입감에 사로잡히게했다.
 어쩌면 제목처럼, 조용하지만 조용하지 않은, 꽤나 묵직하고 깊은 열정을 치열하고 가혹하게 뿜어냈는지도 모르겠다.
 
 뜨겁지 않으면서 소용돌이치는 열정이 더 날카롭게 더 단단하게 내면을 담금질하는 듯한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녀의 고독과 아픔이 어쩐지 고스란히 내것인 냥, 강한 몰입감으로 느껴졌다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
 내 안에 그런 깊은 슬픔과 고독이 있다는 것일까. 그건 정말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말이다.
 시인의 삶이라 하여, 지고지순한 삶이라 하여, 저토록 처절하게 냉혹하고 냉담하고 고독할 필요도 없을텐데 말이다.
 
 꽤나 오래도록 가슴 시림이 남게하는 영화였다.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886


19세기와 20세기의 감수성을 연결하면서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냈던 미국 시인.

청교도 집안에서 정치인 아버지 아래서 태어나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성경과 신화, 그리고 셰익스피어를 즐겨 읽었다.

거의 매일 시를 지어서 작품 수가 2000여편에 달하지만, 생전에는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

디킨슨의 시는 17세기 형이상학파 시풍을 닮았지만, 그녀의 간결한 스타일과 이미지즘적 경향은 매우 현대적이다.

주로 슬픔과 죽음을 소재로 다루었고, “냉정하고 고독한 은둔자의 깊은 비애”를 노래했다.

<출처 :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에밀리 디킨슨, 민음사, 2017)>



#에밀리 디킨슨의 시 한 편 ;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행복할까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길 위에 홀로 뒹구는,

성공을 걱정하지도 않으며

위기를 결코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

그의 코트는 자연의 갈색,

우주가 지나가며 걸쳐 준 것

태양처럼 자유로이

결합하고 또는 홀로 빛나며,

절대적인 신의 섭리를 지키며

덧없이 꾸밈없이 -


- 이 시는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시이다.





#사족(蛇足)


아주 오래도록 만남을 유지하는 지인들의 모임이 있다.
 그분들과 오늘(2017.12.03.일) 12시에 영화를 보았다. 아침 10시 30분에 만나서. 가벼운 아침을 먹고 말이다. 워낙 이벤트를 잘 준비하시는 총무님 덕분에 이번 영화 감상도 특별했다.
 이 총무님은 우리들의 부족한 문화 욕구를 자주 꽤나 멋지게 해결해 주시는 분이다. 그분 덕에 아주 색다른 경험을 큰 어려움 없이 하곤 한다.
 
 오늘은 서울 명동역 8번 출구에 있는 명동 CGV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조용한 열정'을 [더스페셜패키지]로 보았다. 매표소는 11층, 영화관은 10층(일반적이지 않은 시스템에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페셜패키지의 내용은, 영화 관람+씨네 라이브러리 1시간 +시집1권, 영화포토 엽서, 시집만들기 재료 등으로 푸짐했다.
 정말 오늘 처음 경험한 씨네 라이브러리는 기묘한 설렘을 가득 안겨 주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으로 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곳 씨네 라이브러리는 나에게 신세계 그 자체였다.


[출처: 이런 영화 어때, pp.157-161, 찻잎미경, 부크크, 2018년 2월]


이런 영화 어때 http://www.yes24.com/24/Goods/59210795?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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