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찻잎향기 Apr 21. 2019

영화 리뷰 [로망] 치매 걸린 노부부의 이야기


영화 리뷰 [로망] 치매 걸린 노부부의 이야기 "미안하다"  


*영화 개요 


감독: 이창근

출연: 이순재(조남봉), 정영숙(이매자)

개봉: 2019년 4월 3일

관람: 2019년 4월 2일 



*영화 줄거리 (영화사 제공) 


75세 조남봉과 71세 이매자는 치매 부부입니다. 
결혼 45년차, 몸도 마음도 닮아진 부부는 이제 세상에 단 둘만 있는 것처럼 삽니다.
매일 기억이 흐릿해지지만, 먹고 사느라 잊었던 로망은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아내가 치매에 걸리면, 남편이 치매에 걸릴 확률 11.9배↑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부부 동반 치매 소재 다룬 첫 영화이며, 국내70만 치매 인구의 현실을 담담히 어루만진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치매에 걸린 아내가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남편이 묻는다. "겁나지 않아?"

치매에 걸린 아내가 답한다. "올 것이 왔다 싶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찌 둘이나...  

아내가 독백한다. "차라리 하나가 낫지 않겠어요?"

남편이 독백한다. "그래도 둘이 낫지 않겠어." 

아내 이매자씨의 유언에서, "조남봉씨 그래도 나는 덕분에 잘 살았어요. 당신의 로망을 지켜주지는 못했지만요."

아내 이매자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결국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건네는 조남봉씨, "이매자 미안하다. 내가 미안했어" 

... 

영화 속의 대사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대배우 이순재님과 정영숙님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자꾸 현실 속의 어떤 장면처럼 떠올라서 자꾸만 깊이 몰입되고 말았습니다.  


이번달에도 메가박스 시사회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지인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지인은 너무나 고마워하고. 영화 보는 내내 펑펑 울더군요. 제 몸 컨디션으로는 안 가고 싶었지만. 공짜로 얻은 티켓이며 누군가에게는 꽤 소중했을 것 같은 초대권을 그냥 버리기는 너무나 아까워서 겨우 가서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간에 직,간접으로 들었던 치매 걸린 가족들의 행보가 자꾸만 떠올라서말입니다. 행여, 혹여 저 장면에서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그 불안은 현실감이 느껴져서 더욱 두려운 대상이 됩니다. 

내가, 남편이, 우리 둘이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이제 건강한 삶보다는, 나이듦과 나이 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예민해져 있는 촉각을 느낍니다. 그래서 더욱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습니다. 


내 부모야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치매 가족을 돌볼 일이 없겠지만. 시댁 부모님이 아직은 계셔서. 혹시 내게 저런 상황이 펼쳐지면 어떡하지, 두려움과 긴장감이 몰려 옵니다.  

현실과 허구가 경계가 모호하여 오히려 몰입이 더 잘 된 것 같습니다. 


영화적인 완성도는 높이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소재가 주는 현실성과 대배우들의 무게감 있는 연기와 대사 전달, 표정들에서 영화의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점점 생애 연대가 길어질수록, 죽음 앞에서, 치매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가족들에게 좋은 모습일지 여러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 잠깐 잠깐 서로 다른 시간에 온전한 정신이 들어왔을 때, 서로에게 종이에 글로 남기는 말들- 걱정, 위로, 당부, 등-이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글만이 줄 수 있는 온전한 감동- 두 사람의 온기, 속마음 등-을 두 사람의 소통 방식으로 활용한 점이 참 좋았습니다.  


기회 닿으시면 꼭 챙겨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블로그 찻잎미경 파워문화블로그 16기 활동으로 쓴 리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말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