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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Apr 21. 2019

영화 리뷰 [살아남은 아이]

영화 추천_ Last Child, 2017

영화 리뷰 [살아남은 아이] 




Last Child, 2017




*영화 개요 




감독: 신동석(2018년 19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 수상 )


장르: 드라마, 가족


출연: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


개봉: 2018년 8월 30일


관람: 2019년 3월 31일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 줄거리 (영화사 제공)




아들 은찬을 잃은 성철과 미숙은 아들이 목숨을 걸고 구한 아이 기현과 우연히 마주친다.  
슬픔에 빠져있던 성철과 미숙은 기현을 통해 상실감을 견뎌내고, 
기댈 곳 없던 기현 역시 성철과 미숙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기현의 예상치 못한 고백은 세 사람의  관계를 뒤흔든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올해(2018년)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의 데뷔작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신인 감독 국제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섹션에서 첫 공개된 이후  다양성 영화 관객은 물론 국내외 언론 매체의 열렬한 호평을 끌어내며 국제 영화 비평가들과 영화 기자들 간의 연맹인  국제비평가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Film Critics)가 수여하는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세계적인 감독의  신작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등용문으로 알려진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해외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또한,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는 신인 감독에게 주어지는 최고 작품상인 화이트  멀베리상을 수상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예리하고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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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관련한 몇 가지 정보를 읽고, 몇몇  사람들의 이러저러한 입소문을 듣고, 나는 이 영화를 (옥수수 앱)에서 찾아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떻게 된 건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이 말은, 죽은 은찬 부모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다. 


아들이 갑자기 죽었는데. 그 죽음의 과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 그 부모의 답답하고  애닲은 심정. 


그것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고, 또 표현할 수 있을까. 영화는 그 점에 포인트를 맞춘다.  




그래서 스토리 전개 자체가 그 부모와 살아남은 아이의 심정을 따라,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살아남게 된 아이 기현의 행적을 통해, 심리적인 변화를 겪는 세 사람의 일상을 천천히  따라간다. 설명도 수식도 필요 없는 일상의 과정을 보여 준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던 은찬이가 친한 친구 준영이와 물놀이를 갔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그것도 다른 아이(기현)를 살리다가. 그러나 그게 다다. 왜 물놀이를 갔는지, 어떻게 물에 빠지게 되었는지, 시원하게 말해 주는 사람이 없다.  친구 준영이는 은찬 부모를 피하기까지 한다. 




은찬의 아버지는 '의사자' 신청을 한다. 대개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불편한 시선들을  뒤로 하고. 그는 그렇게 해서 은찬을 기억하고, 그렇게 해서 받은 위로금으로 은찬이 이름으로 된 장학금을 만들어 죽은 은찬이를 위로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은찬이 대신 살아남은 아이가 된 기현을 찾아 그의 가난하고 비뚤어진 생활을 돌봐 준다. 서툴지만 서로 마음을 조금씩 열고, 한  가족처럼 유대감을 형성해 나간다. 그렇게 가까워지던 어느 날. 그나마 어렵고 서툴게 만들어진 유대감은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 진실을 알게 되는 것. 진실을 밝혀내는 일.


이런 과정에는 각 자의 용기와 인내와 주변의 따뜻함과 기다림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일이다. 


왜냐면 진실을 드러내는 일에는 대개가 아픈 상처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상처와 비밀이 수면으로 드러났을 때. 파생되는 또 다른 아픔과 상실과 절망감. 




영화는 그것들을 담담하게 들여다 본다. 그러나 들여다 보는 장면마다 인물마다 그만큼의  아픔이 따른다. 그래도 영화는 마치 독립영화처럼 흘러간다. 때로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과장된 연출도 없다. 신파로  흐르지도 않는다. 과잉된 감정 이입도 없다. 




은찬의 부모 역할을 맡은 배우 최무성, 김여진의 연기도 좋았고, 살아남은 아이 역할을  했던 성유빈의 연기도 좋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때로는 상실감에 젖어 있는 멍한 눈, 때로는 그리움에 가득 찬 애절한 눈빛, 어디에서도  자식을 볼 수 없다는 미쳐버릴 것 같은 허망한 심정 등을 과잉된 연기가 아닌 담담한 표정과 대사로 전달하였다. 은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살아남은 아이 기현을 연기한 성유빈의 연기에서도 현실감이 느껴졌다. '그래 저 또래 아이들은 저런 식으로 죄책감을 느끼면서, 저런  방식으로 풀어갈 것 같다는' 거칠고 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결말. 아, 너무나 먹먹하고 속상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식을 죽게 만든 어떤 놈이든 죽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많을까. 그 마음이 곧 부모의 마음이리라. 


그러니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보여 준 은찬 부모의 행위는 고스란히 현실적인 모습이며 그  자체로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또 '살아남은 아이'가 된 기현이 강물을 향해 토해내듯이 쏟아내는 그  비명소리는, 또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원죄를 지고 살아내고 견뎌야 자의, 가냘픈 짐승의 울음소리 같아서, 엔딩 장면도 좋았다.  




최근에 본 우리 나라 영화 중에 완성도 측면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아야 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을 깊이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 사고 이후의 각각의(학교,  부모, 학생들, 이웃들, 타인들 등) 입장을 길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등장 인물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선명하게 보이고  만다. 




담백하면서도 단단한 연출이 이 영화의 최고 강점인 것 같다.  



[이 리뷰는 예스24 블로그 찻잎미경 파워문화블로그 16기 활동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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