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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Nov 19. 2018

시_ 마을 버스

11월 어느 날, 마을 버스에서

2018.11.12.


오늘 아침에도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조그마한 버스 안에서는  몇몇 이야기가 들려 온다.

어느 아주머니들의 대화이다.


"아이고 또 그랬대."

"그 며느리 오래 못 살 것네. 시엄니가 자꾸 그리 집을 나서니... 쯧쯔"


여기까지 듣다가 휴대폰 화면에 메모창을 띄운다.


- 벽에 똥칠을 했다...







제목 : 마을 버스


- 11월 어느 날, 마을 버스에서 -



벽에 똥칠을 했댜 며늘이 내 돈을 훔쳐 갔어 아들 놈 새끼가 밥을 안 준대 내 은행에 돈 찾으러 갔지


"어머니 그만 하셔요."


경찰서에서 어머니를 모셔 오는 길이다

그길로 바로 오는 참이라 그런지 요정도로 얌전하시다


 "아이고 며느님이 애 쓰시네."


메마른 눈꺼풀 치켜 떠 보지만

푸석푸석한 나뭇가지처럼 툭 떨어진다

공동(空洞)에 빠지는 것인가


어쩌면 말이다, 내 껍데기 육신에

나도 똥칠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은 힘이 있다면 그 있는 힘을 다하여

벽에 놓아 버리고 싶다

놓아 버리고 싶다

버리고 싶다

싶다


그렇지만,


"어머니 내리셔요."

"야, 안 갈란다.

"아유 우리 어머니 거짓말도 잘 하시네."


경찰서에서부터 육차로 횡단보도를 건너 대형매장 입구에 있는

마을버스 종점으로 가던 그 먼 길보다

고작 십 여분 마을길을 돌고 돌아 돌아온 곳 이 곳이

더 먼 길이다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이 곳

마을 입구.


어머니가 계실 곳 어제와 오늘 같은 내일 같은 내 삶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집 앞에 우리를 놓고 간다, 어김없이 오늘도, 마을버스는 다른 노선이 없다, 돌아갈 샛길도 없다, 놓아 버릴 수도 태울 수도 없는 내 육신을 다시 내려 놓은 공동(空洞)의 마을.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하고 고작 십여 분 돌아 제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回歸)의 마을버스처럼


"어머니 이제 정말 내리셔야 해요 집앞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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