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ar Is Born = the saddest thing
노래에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외모에는 자신이 없는 무명가수 앨리(레이디 가가)는 공연을 하던 바에서 우연히 톱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잭슨의 도움으로 앨리는 자기 안의 열정을 폭발시키며 최고의 스타로 거듭나지만, 잭슨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예술가적 고뇌 속에서 점점 무너져가는데…
브리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를 잘 모른다. 그저 이 영화 제목이 많이 회자되었다는 사실, 나름 영화평이 좋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래서 단순 호기심으로 보았다.
그런데 영화 시작 십여 분쯤, 레이디 가가가 일반 바에서 특이한 분장 같은 화장과 과장된 몸짓으로 노래하던 장면과 그 장면에서 첫눈에 그녀에게 매료당하는 브래들리 쿠퍼의 눈빛과 표정,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부드러운 미소를 보면서, 아 이 영화 잘 선택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난 잭슨(브래들리 쿠퍼)과 앨리(레이디 가가)는 바에서부터 시작하여 새벽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하룻밤만에 술집에서 거리에서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리는 듯한 마법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치 <비포 선라이즈>의 낯선 공간에서 만난 남녀처럼. 여기까지 정말 사랑스런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후 두 사람은 노래를 통해서 노래에 대한 두 사람의 가치관, 사랑이 공유되고 합일의 지점을 만나는 것 같다. '노래'로 하나 되는 모습. 근사하고 강렬하다. 특히 레이디 가가의 라이브 노래. 나는 그녀를 잘 모르는데도 노랫말과 그 분위기에 몰입되고 말았다.
사랑의 힘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가를 느끼는 장면들이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와 함께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잭슨의 아픔, 외로움, 공허함 등은 사랑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불가능했던 것일까.
약물과 알콜에 의존하며 자신의 오래 묵은 아픔과 청력에 대한 물리적 상처를 극복해야 하는 잭슨.
그리고 잭슨이 무너져 내리는 속도만큼, 그의 뜨거운 사랑과 그가 마련해 준 기회를 통해 앨리는 가창력 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스타성과 인기를 누리게 된다. 그럴수록 두 사람의 합일점은 점점 두 개의 선으로 엇갈려만 가는 것 같고. 그렇게 사랑의 끝은 다가오는데.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 그들의 진솔한 노래와 노랫말로 맞물려 합일의 지점을 아름다운 장면으로 드러날 때. 나는 마치 잭슨(브래들리 쿠퍼)의 사랑스런 눈빛과 표정 앞에 넉다운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후반부, 무너지는 잭슨의 모습처럼 영화도 개연성도 무너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과연 그는 그런 방식으로 사랑의 끝을 매듭지어야 했을까.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겁한 선택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그러나,
마지막 곡 "I will naver love again" 을 함께 부르던 장면과 레이디 가가가 홀로 그 곡을 부르던 장면.
그 장면의 석양빛처럼 스러져 가던 남자의 사랑이, 지금도 아련하게 다가온다.
엉뚱한 생각으로, 부제목을 만들어 본다 (남자 주인공 잭슨 입장에서)
그리고 지금 떠올려도 아름답고 따뜻한 장면!!
잭슨이 앨리에게 그녀의 코가 예쁘다고 - 그녀는 그 코 때문에 대중적인 가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 만져주는 장면. 아주 설레고 사랑스럽고 매혹적이다.
그리고 첫만남 후 돌아갈 때 그녀를 부르던 장면 "앨리", "왜?",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그때 그녀의 반응이 매혹적이다. 잭슨이 앨리에게 코를 만져주던 행위를 흉내내던 모습!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이 장면이 또 한 번 나오는데 - 완전 결말 부분에서. 와... 그 장면에서 왜 이리 눈물이 쏟아지는지...
그 이유, 영화를 보시면 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