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군주의 단호한 몸짓
티모시 샬라메의 영화라는 이유로 찾아 보았다. 헨리 5세에 대한 정보는 프랑스를 정복한 잉글랜드 왕이라는 것 정도. 그런데 뭔가 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다소 약한 이미지로 보이는 이 배우가 그런 정복자 왕을 연기한다니. 그야말로 (부정적) 호기심이 지배한 가운데 영화를 골라 보았다. 그런데... 결국은 그런 배우의 이미지와 이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 때문에 14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지루함없이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연기하는 헨리 5세에 푹 빠져서 연민까지 느끼면서 말이다.
티모시 샬라메의 영화는 [콜 미 더 바이 유어 네임 (일명 콜바넴)]에서 처음 보았고, 아주 강렬하게 기억되었다. 그후 그가 나오는 영화들은 관심을 두면서 찾아 봐야지 하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 [작은 아씨들]이 나왔을 때 이것 봐야지 해 놓고는, 어쩌다 놓치고, 며칠 전,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결국 “영화 한 편 볼까”로 응급처방을 내린 뒤, 고른 영화가 이 영화다. 오로지 이 배우 때문에. 그런데 영화 선정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 영화는 2019년 10월에 개봉되었고, 상영관에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아마 그 이유는 티모시 샬라메 외에 집중할만한 배우가 없었거나, 스토리가 단순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평점도 8점이다. 영화 완성도 면에서 –1점. 배우의 조합과 스토리 전개 면에서 –1점.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다.
그러함에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티모시 샬라메는 1995년생, 올해 나이 25살이다. 나이와 경력 면에서 ‘헨리 5세’라는 역사 속 인물을 연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이 배우의 묘한 매력 포인트 – 깊은 눈빛, 유약한 태도, 쉽게 상처받을 것 같은 여린 감성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돌아온 탕아’, ‘갈등하는 황제’, ‘차가운 폭력’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표출해 낸다는 점이다.
이 영화 [더킹 헨리 5세]는 아버지 헨리 4세의 폭정이 맘에 들지 않아서, 아버지를 등지고 자유롭게 살아가던 왕자 할이 결국 왕좌에 올라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의 운명을 짊어지며 위대한 왕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 속에서는 왕자가 황제가 되고 위대한 왕으로 변모해 가는 ‘변화’가 핵심이다.
그 과정을 과장하거나 생략하면 관객은 집중하기 어럽다. 그런데 묘하게도 인물의 변모 및 변화해 가는 과정이 확연하게 보인다. 연출과 연기에 어떤 과장이 없다. 오히려 절제된 대사와 행동이 그것을 단호하게 보여준다. 반역자를 처단할 때의 단호한 판단을 내리거나, 때로는 심오하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일 때나, 그러면서도 한 인간적으로 외롭고 연약한 모습을 보여 줄 때나, 완전 배역 그 자체의 인물에 집중한다. 그야말로 그의 연기력은 천부적인 것 같다. 아니면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유약한 아름다움’이 뿜어내는 에너지 같기도 하고. 참으로 이 배우가 매력적인 배우라는 점을 각인시킨 배역 ‘헨리 5세’였다.
중세에는 진흙탕에서 전쟁이 그렇게 진행되었을 것 같은 설득력이 확보되는 무식한 전투신. 갑옷과 투구를 입고 거추장스런 몸짓과 둔한 동작으로 육탄전을 해야 하는 장면. 오히려 더 실감나는 현실적인 전투 장면 같았다. 판타지, CG 그래픽 등 기술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원시적인 전투신이 꽤나 흥미롭고 오히려 몰입도를 높였다. 일부러 멋지게 찍지 않은 듯이 투박한 연출이 눈에 띄었다.
이 영화 처음에 기대를 안 했다. 단순하게 수면제 역할로 선택했다. 그런데 결국은 몰입해 버리고는 두 시간이 넘도록 말똥말똥 집중했다. 그리고 영화가 다 끝나고도 한참 여운을 즐기다가 잠이 들었다. 고독한 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힘이 없던 군주가 힘을 갖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그 과정을 이 영화는 어린 주연 배우를 통해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의 마지막 매력이 아닐까 싶다. 티모시 샬라메의 불안한 눈빛, 절제된 행동, 날카로운 대사(특히 전투신에서의 격려사), 심리적으로 갈등하는 모습!! 오래 기억이 남는다.
정말 주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외로운 군주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영화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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