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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May 10. 2020

영화 리뷰 [더 킹: 헨리 5세]

고독한 군주의 단호한 몸짓

영화 리뷰 [더 킹헨리 5]     



부제: 고독한 군주의 단호한 몸짓



“유약한 인간이었던 왕자가 왕관의 무게를 견뎌 내며 헨리 5세라는 위대한 왕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았다”     



티모시 샬라메의 영화라는 이유로 찾아 보았다. 헨리 5세에 대한 정보는 프랑스를 정복한 잉글랜드 왕이라는 것 정도. 그런데 뭔가 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다소 약한 이미지로 보이는 이 배우가 그런 정복자 왕을 연기한다니. 그야말로 (부정적) 호기심이 지배한 가운데 영화를 골라 보았다. 그런데... 결국은 그런 배우의 이미지와 이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 때문에 14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지루함없이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연기하는 헨리 5세에 푹 빠져서 연민까지 느끼면서 말이다.      


티모시 샬라메의 영화는 [콜 미 더 바이 유어 네임 (일명 콜바넴)]에서 처음 보았고, 아주 강렬하게 기억되었다. 그후 그가 나오는 영화들은 관심을 두면서 찾아 봐야지 하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 [작은 아씨들]이 나왔을 때 이것 봐야지 해 놓고는, 어쩌다 놓치고, 며칠 전,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결국 “영화 한 편 볼까”로 응급처방을 내린 뒤, 고른 영화가 이 영화다. 오로지 이 배우 때문에. 그런데 영화 선정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 영화는 2019년 10월에 개봉되었고, 상영관에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아마 그 이유는 티모시 샬라메 외에 집중할만한 배우가 없었거나, 스토리가 단순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평점도 8점이다. 영화 완성도 면에서 –1점. 배우의 조합과 스토리 전개 면에서 –1점.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다.      


그러함에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먼저티모시 샬라메의 연기


티모시 샬라메는 1995년생, 올해 나이 25살이다. 나이와 경력 면에서 ‘헨리 5세’라는 역사 속 인물을 연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이 배우의 묘한 매력 포인트 – 깊은 눈빛, 유약한 태도, 쉽게 상처받을 것 같은 여린 감성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돌아온 탕아’, ‘갈등하는 황제’, ‘차가운 폭력’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표출해 낸다는 점이다.      


이 영화 [더킹 헨리 5세]는 아버지 헨리 4세의 폭정이 맘에 들지 않아서, 아버지를 등지고 자유롭게 살아가던 왕자 할이 결국 왕좌에 올라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의 운명을 짊어지며 위대한 왕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 속에서는 왕자가 황제가 되고 위대한 왕으로 변모해 가는 ‘변화’가 핵심이다.      


그 과정을 과장하거나 생략하면 관객은 집중하기 어럽다. 그런데 묘하게도 인물의 변모 및 변화해 가는 과정이 확연하게 보인다. 연출과 연기에 어떤 과장이 없다. 오히려 절제된 대사와 행동이 그것을 단호하게 보여준다. 반역자를 처단할 때의 단호한 판단을 내리거나, 때로는 심오하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일 때나, 그러면서도 한 인간적으로 외롭고 연약한 모습을 보여 줄 때나, 완전 배역 그 자체의 인물에 집중한다. 그야말로 그의 연기력은 천부적인 것 같다. 아니면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유약한 아름다움’이 뿜어내는 에너지 같기도 하고. 참으로 이 배우가 매력적인 배우라는 점을 각인시킨 배역 ‘헨리 5세’였다.      


두 번째 진흙탕 전투신


중세에는 진흙탕에서 전쟁이 그렇게 진행되었을 것 같은 설득력이 확보되는 무식한 전투신. 갑옷과 투구를 입고 거추장스런 몸짓과 둔한 동작으로 육탄전을 해야 하는 장면. 오히려 더 실감나는 현실적인 전투 장면 같았다. 판타지, CG 그래픽 등 기술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원시적인 전투신이 꽤나 흥미롭고 오히려 몰입도를 높였다. 일부러 멋지게 찍지 않은 듯이 투박한 연출이 눈에 띄었다.      

이 영화 처음에 기대를 안 했다. 단순하게 수면제 역할로 선택했다. 그런데 결국은 몰입해 버리고는 두 시간이 넘도록 말똥말똥 집중했다. 그리고 영화가 다 끝나고도 한참 여운을 즐기다가 잠이 들었다. 고독한 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힘이 없던 군주가 힘을 갖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그 과정을 이 영화는 어린 주연 배우를 통해 섬세하게 보여준다.      


여운


이 영화의 마지막 매력이 아닐까 싶다. 티모시 샬라메의 불안한 눈빛, 절제된 행동, 날카로운 대사(특히 전투신에서의 격려사), 심리적으로 갈등하는 모습!! 오래 기억이 남는다. 

정말 주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외로운 군주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영화 개요]


사형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청년 왕 헨리 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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