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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un 07. 2020

영화 리뷰 [파도가 지나간 자리]

야누스 섬, 등대, 바다의 깊은 짠내가 진동하는 이야기

영화 리뷰 [파도가 지나간 자리]



(내 별점은 9점) 


=: 잔잔하고 뭉클하고 서늘하게 부서지는 바다의 깊은 짠내를 느낄 수 있다. 

=: 바다와 파도, 섬과 등대, 야누스적인 사랑, 그리고 지키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난다.

=: 가혹한 운명 앞에 선 인물들을 통해 비밀과 진실이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볼 수 있다. 



:: 기본 줄거리 및 제작 정보_영화사 제공  ::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외딴 섬의 등대지기와 그의 부인이 2번의 유산 후 운명처럼 파도에 떠내려온 아기를 키워가던 중 수년 후 친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이다.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 드림웍스가 제작에 참여해 주목 받은 가운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 받은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세련된 연출력을 선보인 <블루 발렌타인>의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이 각본과 함께 메가폰을 잡아 세기의 로맨스를 완성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드라마틱한 상황 속에서 사랑과 진실, 그리고 선택이라는 잔인한 운명과 거세게 충돌하는 세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제74회 골든 글로브 7관왕에 오른 <라라랜드>를 비롯해 <녹터널 애니멀스>, <컨택트> 등 수많은 화제작들과 함께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 받으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고,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웰메이드 감성 멜로로 손꼽히고 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의 원작 소설인 [바다 사이 등대]는 2012년 출간된 M.L. 스테드먼의 소설로 가슴 아프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며 독자와 비평가 모두에게 사랑 받았다. USA투데이 베스트셀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올해의 책', '올해의 신인작가'로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바다 사이 등대]의 풍경이 주는 강렬한 힘과 전쟁의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 무엇보다 사랑과 진실 사이에서 도덕적 경계의 끝으로 내몰린 한 커플의 시대를 초월한 로맨스가 감독의 마음을 강하게 이끌었다. 시엔프랜스 감독은 “카페나 공원,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았고, 이 작품이 가슴 깊이 와 닿을 정도로 인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 나의 영화 감상 (촌평) :: 


전쟁의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사람들을 피해 외딴 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한 ‘톰’은 광활한 바다에 둘러싸인 채 조용한 삶을 살아가던 중 자신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아름다운 여인 ‘이자벨’을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오직 둘만의 섬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은 안타깝게도 사랑으로 잉태한 생명을 두 번이나 잃고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러던 어느 날, 파도와 함께 떠밀려온 보트 안에서 남자의 시신과 울고 있는 갓난 아이를 발견한다. ‘톰’은 모든 일을 상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간청에 이를 묵인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가슴으로 품은 딸과 함께 완벽한 가정을 이루며 평화를 되찾은 두 사람. 그러나 수 년 후, 친엄마 ‘한나’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지키고 싶은 사랑과 밝혀야만 하는 진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는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차라리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관객의 강렬한 열망과 충돌하게 된다. 왜냐하면, 드러난 진실이 어떤 상황(또는 사랑)을 행복하게 평화롭게 완성해주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짓을 감추고 사는 죄책감은 언제든지 송곳처럼 드러나고 폐부를 찌를 수 있는 것. 

그래서 망망대해 어두운 바다에서 우뚝 솟아서 길잡이가 되어주는 등대처럼 '톰'의 어찌보면 잔인한 선택은 가혹한 운명과 비극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될지언정, 또 하나의 세상의 지표가 된다는 점을 명시한다.  


등대와 섬. 야누스라는 이름의 섬. 양면을 동시에 지닌 존재(인간)같은 섬.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섬. 그곳에서 어떤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극단적인 상황일 때 이자벨과 톰이 선택한 방식은! 그러나 그 결과가 결국 옳은 것이었을까. 


그리고 어떤 옳은 것도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명제를 생각해 보면. 그들의 선택 또한 양날의 검처럼 행복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수반한다는 점이다. 


영화 마지막 즈음에 결국 아이 이름을 "루시 - 그로시아" 두 개를 이어서 부르는 방식은 결국 그 모두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이에게 있어서는 '사랑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톰과 이자벨이 보여 준 모든 사랑과 생모를 되찾은 모든 상황들이 어린 아이에게는 매우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자라면 충분히 설득가능한 어쩔 수 없는 지점이라는 점을, 영화는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망망한 바다에서 파도가 조용히 밀려왔다가 나갔다 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듯이 반복해서 말하는 것 같다.  

인간의 야누스적인 면과 섬 생활에서의 외로움과 고독, 아이에 대한 절대적(집착에 가까운) 사랑, 그리고 등대의 역할에 대해 - 인물의 대사와 연기보다는 - 바다의 풍광과 바람, 파도, 등대의 존재 자체가 더 압도적으로 다가왔던 장면들이 꽤 있다. 물론 톰과 이자벨 역할의 배우들 (마이클 패스벤더, 알라시아 비칸데르)의 연기도 근사했지만 말이다.  


[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영화 속에서 등대가 하나의 인물만큼이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야누스 섬의 등대를 찾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소설 속 등대를 재현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등대를 300곳 이상 둘러보았고, 결국 뉴질랜드 남섬의 북동부 끝에 위치한 쿡 해협에서 등대지기의 오두막과 그 아래에 위치한 정원까지 갖춘 캠벨 곶 등대를 찾아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등대와 그 너머로 펼쳐진 암초를 본 시엔프랜스 감독은 야누스 등대를 찾았다고 확신했다.   



결국 이렇게 찾아 낸 멋진 등대와 등대지기의 작은 오두막은 영화 내내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낭만적이면서도 서늘한 명장면을 많이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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