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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un 19. 2020

영화 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기억할게요"

영화 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기억할게요"




=: 이 영화 완전 추천합니다. 이 추천의 이유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어제도 보고 오늘도 보고 연속으로 봅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 작별한 사랑이, 금기의 사랑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사랑이, 영원히 생명력을 담아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사랑에 대한 '기억'을 놓치 않는 것입니다. 


=: 불꽃처럼 타올랐던 사랑은 그 불꽃이 꺼진다 하여도, 그 찬란했던 순간은 온 몸에 새겨진 상흔처럼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불꽃이 찬란했던 그 순간과 그 순간의 기억은 고스란히 온전한 것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 헤어진 여인이 사랑했던 그녀와 함께 즐겼던 음악(연주)을 다시 들으면서 그 순간과 사라의 몸짓을 온몸으로 기억하면서 감격하고 웃으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게 '기억'되는 사랑의 상징적인 모습 같습니다. 뭉클하면서도 황홀한 장면입니다. 


=: 각기 다른 계층(신분) 여성들의 연대, 우정, 평등, 시선, 구도, 그림(회화)으로 구현되는 사랑의 합일- 정말 이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 그야말로 신화와 예술과 인간적인 사랑의 재구성, 자연 풍광과 인물의 고전적인 아름다움, 수려한 용모와 미술적인 완성도는 이 영화의 덤입니다. 


=: 그래서 모든 장면들이 명장면입니다. 첫장면부터 - 마리안느 역할의 노에미 멜랑이 화가로서 수강생들 앞에 모델처럼 앉아서 등장하는 장면부터 강렬하다. 그 색감, 눈동자, 표정 - 말없이 화면을 장악합니다. 


=: 관습, 규칙, 이념을 벗어나서 생명력, 존재감, 감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교감과 사랑의 장면들. 그리고 여성 연대와 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 사람의 식사 장면 등. 주제 의식이 뚜렷하게 전달되어 서사 구현에도 뛰어난 수작입니다.   





:: 영화 정보 ::



삶과 예술, 사랑에 타올랐던 두 여인의 깊이 있고 강렬한 드라마! 
 여성의 시선으로 담긴 작품!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영상미의 황홀경!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마리안느’와 ‘엘로이즈’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사랑을 기약하고, 또 기억하는 다양한 모습을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담아낸다. 특히, 프랑스 브리타니의 고립된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 정해진 유예 기간이 존재하고, 제한된 인물들만 등장하는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이러한 이야기의 구조는 오롯이 사랑 자체에 깊이 있게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더욱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호평을 받는 이유는, 이들의 기존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대상화된 여성의 모습이 아닌, 주체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선택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계급이 존재했던 시대에 귀족과 고용된 화가, 하인이 친밀한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이들의 관계가 매우 평등하게 그려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울림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차별화된 각본은 사랑은 물론 그 시대의 삶과 예술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한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영상미이다. 완벽하게 구현된 미장센과 한 편의 유화 작품처럼 우아한 색감, 18세기 프랑스 바닷가를 아름답게 포착해낸 섬세한 촬영 기법 등 모든 면에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세계 유수 해외 매체로부터 “모든 장면들이 티 없이 완벽하다”(ChrisStuckmann.com), “황홀한 미장센, 시선, 최소한의 붓터치으로 완성된 올해 최고의 영화!”(Slate), “예술과 기억은 영원하다”(Independent -UK) 등 호평 또한 이어지고 있다. 소장가치를 자극하는 독보적 영상미로 섬세한 풍경과 클래식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독보적 아트버스터로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다시 영화 속으로 :: 



1. 마리안느 역할의 배우 : 노에미 멜랑  



노에미 멜랑은 고전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아름다운 외모와 작품에 대한 뛰어난 이해력으로 ‘마리안느’ 역에 완벽 빙의한 것 같다. 정말 화가인 줄 착각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엘로이즈’ 모르게 초상화를 그려야 한다는 지침을 받고 산책 친구로 위장, 그를 몰래 관찰하는 화가 ‘마리안느’는 능숙한 그림 실력은 물론 낯선 공간에서 겪는 혼란,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은데. 노에미 멜랑은 단호하고, 용기있고, 감성적인 분위기로 '마리안느'의 인물 표현을 온전하게 소화하여, 인물의 입체적인 분위기를 더 풍성하게 만든 것 같다. 특히, 노에미 멜랑의 볼수록 빠져드는 맑고 깊은 눈동자와 사랑에 빠진 눈빛, 강렬한 표정은 정말 매 장면 각인이 될 정도로 잊혀지지 않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사한다.   



2. 오르페우스 신화의 재해석  



가장 비극적인 신화 중 하나로 알려진 오르페우스 신화에 대한 세 사람(귀족, 화가, 하녀 - 엘로이즈, 마리안느, 소피)의 해석이 흥미롭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가 하데스를 찾아가 지하세계의 문턱을 통과하기 전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아내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려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지하세계 출구 문턱에 발을 내딛는 순간, 아내가 잘 따라오는지 궁금한 마음에 조급하게 뒤를 돌아 보게 되고, 아내는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가고 오르페우스는 영원히 그녀를 그리워하며 산다. 이후 세 명의 여성은 이 신화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펼치고, 그들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힘든 미래가 보이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따를 것인지 의견을 나눈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적 설정은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도 차용되어 영원히 기억할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3. 고전적인 아름다움 : 18세기 의상, 유화적인 분위기, 클래식 음악(비발디의 사계) 



18세기 프랑스의 고적한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자연적인 배경, 의상의 재현, 유화의 덧칠과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색감과 조명. 순간순간 고전 명작 속으로 유영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초록색, 적갈색, 파랑색 등 원색의 아름다움은 유화 원색 물감을 그대로 덧칠한 느낌이 든다.  



4. 절제미, 은유, 상징 



대사가 많지 않다. 장면과 장면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섬세한 배경 연출과 배우들의 표정, 눈빛, 시선의 교환, 화폭의 붓터치만으로도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이 된다. 다만 설명이 생략된 상징과 비유가 대부분인 대사 덕분으로 관객은 완전 몰입해야만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틀 연속으로 영화를 반복해서 보았다. 두 번째 보는 날도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 아니 처음보다 오히려 더 집중하면서 대사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경험,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평등한 시선, 여성 연대 의식, 사랑에 대한 주제 전달도 뚜렷하고. 참으로 아름다운 영화이다.


#타오르는여인의초상

#여성연대

#노에미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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