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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un 29. 2020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공효진 영화 :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영화 리뷰 [미씽: 사라진 여자] 




(2016년 11월 개봉. 주연 = 엄지원, 공효진)


"누가 이 여자(엄마)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내 별점은 9점. 


스릴러 장르로서 영화 내내 긴장감도 유지하고 좋았다. 그런데 후반부에는 꽤나 설명적으로, 어떡하든 결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적인 마무리가 있어서 1점을 뺀다. 




엄지원, 공효진 배우들의 연기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탄탄하게 이끌어가는 점도 좋았고, '사라진 여자'에서 '사라지게 만든 이유'와 '여자'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폭력 구조 등을 외면하지 않고 날것으로 보여 주어서 좋았다. 마치 공효진이 연기하는 '한매'의 삶에서 몇몇 인간들이, 그녀를 아프게 만든 요소들이 오물이 썩어 가는 쓰레기와 시궁창 냄새를 풍기는 듯한 환각에도 빠지게 하였지만. 그야말로 우리가 정면으로 보아야 하는 것들이기에 불편하면서도 '한매'의 삶에 분노하고 연민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역할은 충분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지선(엄지원)은 워킹맘이다. 동분서주 머리카락 제대로 말릴 시간도 없이 일에 치이고 있다.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지선(엄지원)은 헌신적으로 딸을 돌봐주는 보모 한매(공효진)가 있어 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지선은 보모 한매와 딸 다은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알게 된다. 한매의 동선을 따라가던 지선은, 천사 같던 그녀의 새빨간 거짓말과 거짓보다 더 무서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한매를 찾는 일은 여러 상황에서 역부족, 결국 지선은 뒤늦게 경찰과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양육권 소송 중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을 받는다. 
결국 홀로 한매의 흔적을 추적하던 지선은 집 앞을 서성이는 정체불명의 남자(박해준)와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증언들로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녀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이름, 나이, 출신 등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까닭으로 더더욱 그녀를 먼저 찾아야만 했다.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한매의 사정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 그녀의 상황이 이해가 되고, 연민이 생기고, 그녀가 당했던 폭력에 외면하지 않고 도와 주어야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분노가 발동한다. 


이 영화의 절정은 여기라 여긴다. 공효진이 연기하는 '한매'의 절박함과 공포, 겹겹이 둘러 싸인 절망감에 공감하게 되는 지점 - 엄지원의 시선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지점. 


그런데 거기까지가 이 영화의 끝인가. 


스릴러 장르로서 결말 부분이 억지로 매듭을 짓는 것처럼 마무리되어 한계가 드러난다. 



특히 배우 박해준(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고뇌하는 스님 역할의 배역이 인상적이어서 그후로 꽤나 집중해서 보았는데. 이번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국민 욕받이 캐릭터도 참 괜찮았는데)의 역할이 아쉬었다. 뭔가 불안한 눈빛으로 갈등의 중심에 있을 것 같았는데. 경찰서에서 한매의 과거를 서술하는 인물로 마무리를 짓다니.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감초 역할의 명품 연기를 펼치는 김선영이 연기한 안마 시술소 주인 역할은 굉장히 파격적이며 임팩트가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김선영의 연기는 - 특히 영화 '미쓰백'에서 이희준의 누나 역할이 아주 오래 기억에 남았다. 투박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아줌마(누나) 역할인데, 아주 적확한 장면들이 많았다. 이 영화에서도 김선영의 등장은 다소 놀라웠고- 오히려 역할의 비중으로 보면 박해준이 더 클 것 같았는데, 제대로 쓰임은 김선영 쪽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두 주연 배우 엄지원과 공효진의 연기는 스토리의 흐름에서의 긴장감, 몰입감 등에서 제 역할을 다한 것 같다. 공효진이 연기한 '한매'는 중국어(조선족 말?)를 쓰면서 어눌한 우리말을 구사해야 하는데 자연스러웠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된 과정이 설득력이 있었고. 엄지원 또한 피해자이지만 의도하지 않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그녀의 이해와 연민의 눈빛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6월의 여름이 무르익어가는 한밤중에 수면용으로 꺼내 보았다가, 서서히 감각 기관을 깨우며 보게 된 이야기. 그러다가 결국은 이성과 감정이 동요되고 만 이야기.


마지막 한매가 아이를 돌려 주는 장면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기로 만들어줄게. 엄마가 지켜줄게"라는 나레이션을 들을 때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엄마, 라는 그 잔인한 본성을 어찌 해야 할까...누가 이 엄마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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