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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01. 2018

[영화 추천] 러빙 빈센트

러빙 빈센트, 화면의 흔들림이 마치 화폭에 붓칠을 하는 동작 같다

 러빙 빈센트, 화면의 흔들림이 마치 화폭에 붓칠을 하는 동작 같다


#영화 러빙 빈센트


#소감_세 문장

     

유화의 질감(붓칠)을 화면의 일렁임으로, 마치 화폭의 그림이 살아나듯이 움직인다.  

107명의 화가들이 2년여 동안 무려 62,450점의 유화를 직접 그려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한, 반 고흐에 대한, 반 고흐를 위한 명작이 있을까 싶다. 노랑, 파랑, 까만색의 원색과 두텁고 거친 유화 붓 터치감, 영화를 보는 내내 미술관에서 큰 화폭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개요] 애니메이션, 미스터리/ 영국, 폴란드/ 2017 개봉/ 15세 관람가

[출연] 더글러스 부스, 시얼샤 로넌 외



#영화를 보면서 


유화와 애니메이션의 협업. 참신한 기법이다. 고흐가 지금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화면을 만지면 마치 그의 거친 숨결(또는 손길)이 느껴질 것만 같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기획을 할 수 있을까.

10여 년의 제작 기간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런 영화가 나오려면 그 이상이 들어가도 할말이 없을 것 같다. 대 단 하 다, 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같이 보는 사람은 눈이 어지럽고. 계속 화면이 흔들거리는 일렁임이 많아서 멀미 증상이 생긴다고 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영화 오프닝은 729장의 유화로 시작된다. ‘별이 빛나는 밤’, ‘즈아브 병사의 반신상’, ‘아를의 노란 집’으로 이어지면서 그 색감의 볼륨과 황홀함에 빠져들게 한다. 


빈센트의 죽음 후 1년(1891년)을 배경으로, 아르망이 아버지(빈센트의 유일한 친구인 집배원)의 부탁을 받고 빈센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장소로 찾아가서 빈센트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다. 


빈센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닥터 폴, 빈센트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아들린, 빈센트를 그리워하는 여인 마르그리트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르망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 빈센트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빈센트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십대 청년들과 어울렸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미래를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자살했을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는 자살을 시도할 수도, 타살 당했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빈센트에 얽힌 일화와 많은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가 집약되는 면이 있어서, 깊게 집중하지 못하면 놓치게 되고 생략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센트의 생에 속에 빚어졌던 굵직 굵직한 사건들의 사연에 대해 직면하면서 느끼는 아르망의 놀람과 절망과 슬픔은 곧 우리 관객의 몫이 되고 만다.  



“그는 모든 감정을 느꼈다. 가엾은 빈센트, 너무 많이 느꼈다.”  - 빈센트의 유일한 친구 집배원




#영화를 보고 난 후


반 고흐의 그림을 영화로 표현해 낸 제작팀의 업적에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낸다. 


초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의 촬영 후 유화라는 화폭(프레임)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 영화 속 움직이는 모든 장면들을 화폭에 하는 붓놀림처럼 채색하는 과정, 그것을 다시 애니메이션화하는 과정. 

이 모든 과정에 제작진의 열정과 의지와 에너지가 없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할 일. 

그들의 기나긴 노력 끝에, 우리는 이렇게 근사한 명작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올라오는 초상화 속의 인물과 배우들이 함께 있는 사진첩.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뭉클함이 깊어진다. 그들이 각각 빈센트에 남긴 말들. 한 마디 한 마디.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살아난다.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외롭게 살다 간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가 남긴 800점의 작품은 오히려 지금도 고스란히 숨결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는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려 지면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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