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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Feb 18. 2021

수제 이유식 vs. 시판 이유식

육아

모유수유를 하다 취업이 되어 이유식을 빨리 시작했다. 다행히 먹성이 좋은 아기라 4개월 중반부터 쌀미음을 먹였고 5개월부터 본격적인 중기 이유식을 시작했다. 쌀미음 수준의 초기 이유식은 만들어 먹였고, 재료가 들어가는 중기 이유식부터는 재료값이나 시판 이유식이나 가격이 비슷하여 아예 사 먹였다. 중기부터 본격적인 워킹맘이 되었기도 했지만, 시판 이유식이 다양한 재료를 포함하고 있어 영양적으로도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아기 이유식을 어떻게 사 먹이냐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소고기를 직접 다져보게 하라. 한 번만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왜 시판 이유식이 더 나은지 절실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워킹맘의 시간은 돈으로 사는 것이니 편리한 세상의 것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다양한 업체의 이유식 중에서 한 곳에 정착해서 중기-후기 이유식까지 5개월을 먹였다.


하루에 이유식 2끼에 매일같이 유축 모유를 먹였다. 아기는 부쩍부쩍 몸무게가 늘었다. 7개월 정도까지는 회사에서 오전-오후로 2번의 유축을 했고, 그 이후로는 하루에 한 번만 유축했다. 밤중 수유는 계속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유축 시간을 양해해 주어서 어려움 없이 젖양을 차츰 조절할 수 있었다. 시판 이유식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은 모유수유로 덜어내고 있었는지 모른다. 꽤나 악착같이 유축을 이어나갔다. 10개월 즈음에는 낮시간 동안 아예 유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젖양을 줄일 수 있었다. 젖양이 많은 편이라 돌 이후에도 먹일 수 있을 정도로 냉동고 가득 유축 모유가 쌓였다.


이유식 정체기가 왔다. 아기가 9개월이 되었을 때에는 이유식 유목생활을 시작했다. 똑같은 업체만 줄곧 먹였더니 질렸나 싶어 마트에 있는 이유식을 전부 사 와서 시식을 시켜봤다. 아이가 조금 받아먹는가 싶더니 다 안 먹어서 다시 직접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늙은 호박을 푹 삶아서 으깨어 죽을 끓였다. 호박죽, 소고기죽, 양송이 죽은 맛있게 받아먹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퇴근하면 부엌으로 출근했다. 남편 저녁밥은 안차려도 아기 이유식은 매일같이 새롭게 만들었다. 똑같은 것을 계속해서 주면 안 먹는 까탈을 부려대는 아기 덕분에 소량씩 죽을 끓였다.


 아기가 11개월쯤 되니 이유식을 거부하고 유아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기반찬을 따로 해주고, 계란 프라이를 끼니마다 준비해 주었다. 그렇게 유아식으로 넘어가나 했더니 돌 즈음부터 다시 정체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단계가 후퇴해서 파우치형 이유식/거버 퓨레만 먹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밥을 다양하게 해 줘도 파우치 형태에 들어있는 것만 먹으니 다시 시판 이유식으로 가야겠다.


육아는 매번 같을 수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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