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회사 일이 많아서 초근이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로 연간계획에 계속 변동이 생기는 상황이라 당장 다음 달의 계획도 미정인 상태라 어쩔 수 없기도 했다. 급하긴 한데 윗선에 보고하고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계획이 조정되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꽤 많이 하게 되었다.
같은 부서 사람들 이외에도 옆 부서 사람과도 오가면서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개인에 대한 호감도 상승하는 것인지 나이와 개인정보를 묻는 분들이 많아졌다. 호호 웃으면서 아기 엄마라고 밝히면 다들 깜짝 놀란다. 다들 결혼이 늦어지는 시대라 30대 초반에 애엄마가 낯설어 그런가 보다. 사람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아기 엄마라고 꼭 밝히고 있는데, 초반부터 애기 엄마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꼭 따라붙는 말이 있다.
애엄마 같지 않네요
애엄마의 이미지가 뭐길래 그러는 걸까. 어리게 봤는데 아니라서 놀라는 것일까? (마스크 덕분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일단 애엄마라고 하면 사람 관계의 장벽이 확 낮아지는 느낌도 든다. 같은 육아인들은 급격하게 반가워하며 스몰토크의 주제가 확장되고, 미혼 직원들은 갑자기 나를 푸근하게 여긴다. 경쟁이 적어지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괜찮다. 그런데 궁금하다. 애엄마이기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다른 걸까.
애엄마라는 점이 좋아야 하는건지, 안그래보인다는 것을 좋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애엄마의 푸근함이 없어 보인다는 건지, 어려보이는 데 애가 있어 충격이라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썩 좋은말은 아닌 듯해서 여전히 미심쩍다. 애엄마다운게 뭘까. 애엄마는 집에서 애를 봐야지 뭐하러 돈벌러 나왔냐는 핀잔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 괜히 집에 두고 온 아기 얼굴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