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었다. 유치원 입학설명회 시즌이라 그런지 요새 부쩍 영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회사에서 기혼 여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영유에 대해 서로 고민하며 한탄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를 두고 영유를 논하기엔 부질없지만 나도 한자리 끼어서 선배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곤 했다.
영어유치원의 준말인 영유는 사실 유치원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영어학원 유치부에 해당한다. 국가가 지정한 유치원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이 아니라 외부 학원을 수강하는 것이다. 꽤나 유명한 영어유치원에서는 누리과정 같은 일반 프로그램과 미국 유치원/초등학교 교재를 동시에 가르친다고 한다. 교육비는 일반 유치원의 최소 두배부터 시작이다.
처음에는 영유를 보내는 부모들은 극성맞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에게 영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영어 사대주의라고 삐딱하게 봤다. 그런데 선배들 말을 들으니 신세계였다. 어린이집과는 달리 유치원의 수업은 일찍 끝나기 때문에 아이를 유치원에 늦게까지 남겨둘 수가 없었다. 아이 혼자 유치원에 덩그러니 남겨두지 않으려면 태권도장이니 미술학원이니 하며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했다. 어린아이를 엄마 퇴근시간까지 학원 셔틀 태워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 마음 아팠다. 영유는 자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알차게 진행해서 학원 뺑뺑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일반 유치원의 방학도 고려대상이었다. 고작 일주일 정도의 휴가로는 아이 유치원 방학기간을 돌보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이 겹쳐 영유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선배는 아예 영유 졸업 후 사립초까지 보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사립초는 정상수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다들 부러워했다. 월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교육비가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아이 봐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엄마 아빠의 연차 돌봄 휴가까지 탈탈 털어내도 아이를 돌보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었다. 방학도 버거운데 중간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었다. 초보 워킹맘은 선배들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어찌 다 견뎌왔는지 놀랍고, 나도 저 길을 가야 하는 것이 막막하다.